‘이 달의 과학문화인상’(교육과학부 한국과학창의재단 제정) 9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옥자(화학 26) 동문은 과학을 통해 특수교육을 이뤄보겠다는 보기 드문 신념을 갖고 있다.
모교 화학과를 졸업한 뒤 인문고를 거쳐 1990년 청각장애특수학교인 부산 배화학교에 부임했을 때 일이다. 고2생 4명에게 ‘열다’와 ‘닫다’라는 글을 가르쳤지만 유독 한 학생만은 이해를 못해 한달 째 씨름하던 어느 날이었다. 김 동문은 창문을 오른쪽으로 드르륵 밀어 열자 문제의 학생이 “열다”라고 옳은 답을 맞혔고 교실에선 박수가 터졌다. 하지만 바로 옆 창문을 왼쪽으로 밀어 열고 질문을 던지자 그 학생은 “닫다”라고 대답했고, 김 교사는 너무나 허탈해 아찔해졌다.
불현듯 김동문은 이 학생이 ‘열다’와 ‘닫다’를 오른쪽과 왼쪽으로 이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창문을 오른쪽으로 밀어 열거나 닫으면 한결같이 “열다”라고, 왼쪽으로 밀면 “닫다”라고 답했다. 김 동문은 교실의 문, 창문, 필통 뚜껑, 주전자 뚜껑, 학생 옷의 단추를 모두 풀어헤치고 “열다”를 가르쳤다. 비로소 두 개 단어의 개념을 터득한 학생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혔고 김 동문은가슴이 벅차 올랐다.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의사 소통을 위한 문자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 지가 고민으로 떠오른 김 동문은 과학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는 장애 학생들과 함께 손으로 만지면 극적인 시각효과가 생기는 과학실험을 마술 쇼처럼 꾸며 학생 과학탐구올림픽대회에 출전했고, 1992년과 1993년 은상과 금상을 거머쥐었다.
김 동문의 마지막 꿈은 장애 학생들의 과학대회 수상이 아니라 장애아를 위한 과학적 교습법과 교재를 개발해 널리 보급하는 것이다. “가령 청각장애아에게는 ‘통닭’을 ‘닭통’과 혼동하는 도치현상이 일어납니다. 보통 특수교육 교사들은 글자는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장애 학생들이 손가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문자를 쓰지만, 맞은편 상대방은 그 글자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면 청각장애인의 문장력이 얼마나 향상되겠습니까?” 그는 지난해부터 대구대 대학원(특수과학교육 전공)에서 과학실험을 통한 문장력 향상 프로그램을 연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