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한 7·9급 공무원, 국장될수 있게…승진기회 확 넓힌다

김판석 인사혁신처장(62)은 자타가 공인하는 인사행정 전문가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을 역임한 김 처장은 연세대 교수 시절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로 있으면서 2008년 베트남 국가공무원법 제정을 주도했다. 2010년엔 행정학 분야의 가장 오래된 국제학회인 세계행정학회(IIAS)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회장에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취임한 지 1년4개월을 맞은 김 처장은 "국민을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공무원 재해보상법을 통과시킨 것과 직무역량 중심으로 공무원 7급 시험과목을 개편한 성과가 기억에 남는다"며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인사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00여 명에 불과한 '미니 부처'인 인사혁신처는 2014년 11월 거대 조직인 행정안전부(당시 안전행정부)로부터 독립해 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 임용시험 개편, 속진임용제 추진, 공무원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인사행정 실험을 벌이고 있다. 매일경제가 인사혁신처를 이끄는 김 처장을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직 사회가 갑질 문제로 몸서리를 앓고 있는데.

▷위키피디아에 '갑질'이라는 단어가 편입될 정도로 갑질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갑질이란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오용해 상대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행위다. 부당한 업무 처리, 편의제공 요구, 인격 모독 등 갑질에 대한 공직사회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한층 강화된 징계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까지는 비위 정도가 가장 약하다고 판단하면 견책 처분을 받아 6개월간 승진이 제한되는 정도였지만, 앞으로는 최소 감봉 처분을 할 예정이다. 비위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 인정되면 파면 혹은 해임 조치된다. 지금까지는 강등이나 정직을 적용받았는데 앞으로는 공직에서 물러나 3~5년간 재임용이 제한되는 것이다. 정부 표창을 받은 전례가 있으면 징계를 감경해주는데 갑질은 감경 사유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올해 말에 공무원 징계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해 내년 2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게 공무원 채용 기준도 바뀔 필요가 있다.

▷그렇다. 데이터 분야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데이터관리'직을 신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과학기술 분야가 워낙 빨리 발전하다 보니 일반행정과 구별해 새로운 직렬을 만들 방침이다. 반면 시대에 맞지 않는 직렬과 직류는 없애거나 개편하려 한다. 예를 들어 잠업, 즉 누에고치 직류가 있는데 잠업은 요즘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산업곤충으로 바꾸려 한다. 현재 가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무원 임용시험은 어떻게 개편되나.

▷2021년부터 7급 공채시험에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도입하고 한국사 과목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PSAT를 잘 준비한 사람은 삼성 인적성 시험인 GSAT도 잘 볼 수 있고, 영어 토익이나 한국사 2급 이상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민간에 취직할 때 써먹을 수 있기 때문에 '고시 낭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9급 시험에 대해서도 PSAT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러 요구가 있는데 7급 시험의 변화 취지를 같이 살릴 수 있도록 검토해 내년 중 입장을 표명하겠다.

―7·9급 출신이 빠르게 승진할 수 있는 속진임용제는 어떻게 추진되나.

▷9급에서 5급으로 올라가는 최저 소요연수만 따지면 9년 후 승진할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25년 반이 걸린다. 지방직은 더 걸린다. 이 때문에 7급과 9급 출신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게 사실이다. 고위공무원(실·국장급) 약 1500명 중 5급 공채 출신이 75.1%인 반면, 7급 공채 출신은 4.6%, 9급 공채 출신은 1.6%에 불과하다. 

정확한 방침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7·9급의 고위공무원 진입 문호를 지금 수준보다 1.5배에서 최대 2배 정도로 넓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공모승진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5급 사무관 공석이 생기면 공모를 하게 하고, 기관장이 아닌 공모승진심사위원회가 역량평가를 하게끔 하는 것이다. 또한 5급 이하 중하위직은 특별승진제도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연차 중심의 승진 관행을 깨고 일 잘하는 공무원들이 상위 직급으로 빠르게 승진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을 만들어주자는 게 속진임용제의 취지다. 승진 연차에 얽매이지 않고 승진시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공무원노조에서 성과급 격차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는데.

▷공무원노조, 관계부처, 학계 등 전문가를 모셔서 공무원 성과관리 전반에 걸쳐서 10차례 이상 논의했다. 해당 협의기구 내 이해는 어느 정도 모아져 연말 즈음에 정리된 방안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 성과급 격차가 공무원 조직 사회에 위화감을 많이 조성하니 이를 완화하되, 부서 단위나 조직 단위 차원의 성과급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또한 부서장이 조직원을 평가하고 있는데, 360도 다면평가를 보완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세종시 이주 등으로 인해 공무원 사회 전반적으로 인적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시라는 지역적 거리감 때문에 서울을 왕래하는 게 불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세종은 보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점차 젊은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근무지로 정착하고 있다. 생활환경도 깨끗하다. 정부부처가 세종에 있다고 해서 우수인력이 공무원을 기피한다는 생각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순환보직으로 인해 전문성을 쌓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통일·국제통상 분야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만 일하는 전문직 공무원 제도를 운영해왔다. 앞으로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이런 분야를 확대할 방침이다. 가령 미세먼지는 중국 일본 몽골과 계속 협의를 해야 한다. 또한 가축질병, 구제역, 메르스과 같은 업무도 단순히 몇 년 하고 끝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문직 공무원을 확대하고 수당을 현실화해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퇴직공무원 재취업에 대한 견해는.

▷공무원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관료 재취업으로 인한 유착관계 형성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 재취업 제한 제도가 4급 이상을 대상으로 퇴직 전 3년간 업무 연관성을 감안해 심사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엄격하다. 일부 부처에서의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퇴직관리 방안 등이 문제가 됐기 때문에 현재 전반적으로 전 부처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앞으로 각 부처에서 제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엄히 다룰 예정이다.

―앞으로 어떤 민간 전문가를 정부에 영입할 것인가.

▷정부 헤드헌팅을 통해 사회 각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인재를 발굴해 공직으로 영입하고 있다. 최근에 무역·통상 분야 전문가인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산업부 통상국내정책관에 내정됐다. 4차 산업혁명, 혁신성장 등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와 관련된 분야의 민간 인재를 집중 발굴해 영입할 계획이다.

■ 행정도 한류…北 공무원법 제정 도울수 있도록 대비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의 인사행정시스템을 배우러 온다고 들었다. 

▷행정에도 한류(韓流)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과 인사행정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우리가 전문가를 파견해 공무원법 제정을 도와줬다. 최근에는 키르기스스탄 인사처장이 와서 도움을 요청했다. 어느 정도 협의한 후 내년 초쯤 키르기스스탄과 MOU를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아시아는 이렇게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에 굉장히 긴밀하게 한국의 인사제도를 전수할 예정이다. 이들 국가를 위해 '공무원 인사실무' 책을 러시아어로 번역했다. 중남미 지역에도 행정 한류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달 중남미를 관장하는 미주개발은행(IDB)과 MOU를 체결했다. IDB 부총재가 한국에 왔는데 중남미 국가들의 인사제도를 개선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듯하다. 중남미 지역은 엽관제(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사람이나 정당이 관직을 지배하는 제도)가 횡행한다. 우리가 가진 인사행정 노하우가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인사행정은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다고 보는가. 

▷공무원 역량평가 분야는 세계 톱5 안에 든다고 확신한다. 가령 과장에서 고위공무원단에 들어갈 때 역량평가를 하는데, 6명을 상대로 면접관 9명이 들어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진행하는데, 1대1 인터뷰, 1대2 롤플레이, 그룹 토론, 자료 제시형 서술평가 등 4가지에 걸쳐 종합 평가한다. 고위공무원단은 기업으로 치면 임원급이다. 정부부처도 철저하게 검증해 적임자를 뽑는 것이다. 그리고 심사 과정에서 10명 중 2명은 떨어진다. 우리처럼 엄격하게 하루 정도 시간을 들여 국장을 뽑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래서 고참 과장이 되면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람들이 이런 깐깐한 인사제도를 보고 깜짝 놀란다. 최근에 간부 2명이 와서 우리 시설을 둘러보고 사례도 조사했다.

이를 기반으로 OECD 리더십 개발 프로젝트에서 우리 사례를 우수 사례로 발표하겠다고 하더라. 

―북한 인사행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나. 

▷중국은 2005년, 베트남은 2008년에 각각 공무원법을 제정했다. 북한도 경제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면 전문관료가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공무원법이 필요하다. 올해 중반부터 인사혁신처 내부 직원들 간 연구회를 운영해 어떤 제도가 북한 현실에 맞을지를 검토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내년에 더 활발해지고, 안보 분야뿐 아니라 일반행정 분야에서 인력 교류가 필요한 시점이 오면 이런 내용을 북한 측 인사와 함께 논의해볼 생각이다. 

▶▶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1956년 경남 창원 출생 △1974년 부산 동아고 졸업 △1982년 중앙대 행정학과 졸업 △1990년 미 아메리칸대 행정학박사 △1998년 연세대 글로벌행정학과 교수 △1999년 한국인사행정학회 회장 △2003년 대통령비서실 인사제도비서관 △2010년 세계행정학회 회장 △ 2017년 7월~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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