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경제78) 칼럼] 나는 민주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결정됐으니 따르기만 하라고?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갔나”

국민일보 : 2016-08-29
 

[조용래 칼럼] 나는 민주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기사의 사진
“드디어 하늘 에어컨 켜졌다.” 국민일보가 아침마다 모바일에 내보내는 일기예보 ‘친절한 쿡캐스터’ 27일자 제목이다. 천지개벽이 일어난듯 폭염은 정말 한순간에 물러갔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멍든 서민들의 새가슴을 위로라도 하듯 하늘이 해법을 내놓았지 싶다. 
 
높푸른 하늘 시원한 바람, 만사형통이 따로 없다. 정상화를 실감한다. 나라의 산적한 문제들도 그렇게 단숨에 해결되면 좋으련만 당최 기대감이 따라주지 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사회가 역주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 일제로부터 독립을 했고, 이어 재빠르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뤘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가 우리의 정체(政體)요, 시민들의 자긍심이 됐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이 틀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자랑스러운 민주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7년 전에도 칼럼 ‘㈜대한민국 직원이 아닙니다’(2009년 6월 9일자 ‘여의춘추’)에서 같은 주장을 편 바 있다. 당시 이명박정부가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을 내세우면서 국가 운영을 지나치게 일방통행식으로 끌고 간다는 점에 대한 우려였다. 한·미 쇠고기 협상을 비롯해 대운하 추진에서 4대강 사업으로 바뀐 그 행보들이 그렇게 비쳤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직원이 아니라 이 나라의 국민이다. 반대의견이 있으면 대통령에게라도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 맞다. 직원이 맘에 안 들면 내보낼 수도 있고, 회사가 못마땅할 땐 직원이 떠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란 지위는 마음대로 선택하고 쉽게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결정했으니 그저 따르라는 식의 리더십만 충만했다. 

지금도 얼추 비슷하다. CEO식 국가경영에서 제왕적 리더십으로 한발 더 나간 건 아닌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직원에서 대한제국의 신민으로까지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인다. 사례는 넘친다. 당장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문제제기에 대해 청와대는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임기 후반기 대통령과 정권을 흔든다”며 되레 언성을 높인다. 
 
음주운전 경력이 문제로 제기됐던 이철성 경찰청장을 거리낌 없이 보란 듯이 임명하는 배포도 제왕적 행보다. 음주운전 결격사유 때문에 승진 대상에서 탈락한 공직자들이 수두룩한데 그들이 뭐라 하겠는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그 결정권자는 누군가. 국민은 똑똑히 보고 있다. 도무지 고언(苦言)을 귓등으로도 들으려 하지 않는 이 현실이야말로 역주행이다. 

지난해 12월 28일 나온 위안부 관련 한·일 합의나 지금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드 배치 결정도 찬반 여부는 별도로 하더라도 소통부재의 일방적 통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결정했으니 따르라는 기본 틀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게다가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국민들을 향한 설득 노력도 충분하지 않다.

합의 직전까지 대일 강공세 일변도였으며,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한 바 없다던 정부가 왜 전격적으로 돌아서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치 않았다. 정책 전환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여러 난제 등에 대한 수습책과 대처 방안에 대한 설득도 없었다. 제왕적 결정에 대한 복종적인 신민만을 기대하는 것일까. 협력은 겉돌고 반대 주장이 무성하게 된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방적 결정 통보는 민주주의와 한참이나 멀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후보 시절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었다. 자아실현이 곧 행복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민주주의가 뒷걸음치는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은 누가 앗아갔나. 

조용래 편집인 jubi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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