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필 때 생각나는 것들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봄의 시작이다. 주말에 교외로 나가면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고, 들판에서 농사일을 하는 농부들을 보면 봄이 왔음을 알게 된다. 꽃샘추위가 잠시 주변을 힘들게 하지만 계절은 봄 속 깊이 달려가고 있다.

봄꽃들이 향기를 분출할 때쯤이면 백목련과 자목련이 핀다. 꽃을 보면서,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박목월 시에 곡을 붙인 고교시절 배웠던 ‘사월의 노래’를 흥얼거리면 따뜻한 봄기운도 느끼게 된다.

 

목련을 생각하면, 독일의 작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생각난다. 여러해 전 봄, 프랑스와 독일을 여행 중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괴테 하우스’를 방문 한 적이 있다.

 그동안 평창의 이효석문학관, 안동의 이육사문학관, 종로구의 윤동주 문학관, 영양의 이문열문학관, 춘천의 김유정문학촌을 가보았지만,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의 생가를 방문하여 잠시 흥분하기도 했다.

 

괴테는 유명작가로 수많은 여인들과 염문을 많이 뿌려서인지 생가에는 멋쟁이 여인 초상화가 많이 있다. 낭만주의 시대, 유럽의 청년들 사이에 자살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소설이다.

 

베르테르는 마을 무도회장에서 멋진 춤을 추는 ‘샤로테’를 만나면서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되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랑으로 괴로워하다 결국 권총자살을 하게 된다. 문학을 사랑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오래전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하며 책의 주인공 샤로테의 이름을 따서 회사이름에‘롯데’를 사용했고,

 

랑스의 나폴레옹도 전장에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애독했다니 사업가나 전쟁의 영웅도 사랑의 감정과 열정은 식지 않는가보다. 사랑이란 자신도 모르게 환상을 그리곤 하는데, 필자는 군대 가기 전 고향 집에서 잠시 쉬며 여자 친구를 떠나보내고 입대를 했다.

 

 방학을 하면 그 친구네 과수원 원두막에 친구 몇 명이 모여 문학과 신학을 이야기하고 밤 깊은 줄 모르며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남아있다. 하얀 교복과 쑥색 교복을 입은 시절의 추억은 아련하며 군복무를 하면서는 허전하였지만,

아픔을 잘 이겨냈기에 더욱 성숙한 젊은이가 되었다고 생각을 한다. 아메리카 인디언 체로키족들은 4월은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이라고 한다. 머리맡에 씨앗을 두

고 자는 이유는, 겨우내 양식이 부족해서 굶주리며 간직해온 씨앗을 봄에 뿌리면, 싹이 돋아 많은 열매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은 잎사귀가 인사하고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며 동백, 매화, 목련들이 머무는 계절이다. 그런데 동백은 열정적인 사랑을 가슴으로 보여주고, 매화는 긴 겨울 이야기를 삶의 활력으로 전해주며, 목련은 큰 꽃잎으로 안타까운 사랑을 전한다.

 

한편 봄은 죽은 나뭇가지에 새순을 돋게 하는 힘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봄이 오는 길목에는 목련꽃이 생각나고, 독일을 여행하며 방문한 괴테하우스가 생각난다. 여러분, 이번 봄에는 괴테 같은 짝사랑은 잊어버리고, 즐겁고 건강하게 좋은 추억 쌓기를 만들어 보시길.

중부매일신문[오피니언] 아침뜨락 (2016. 03. 22.)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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