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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를 향해 솟구친 의혈

총동창회. | 조회 수 126 | 2016.11.0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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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告)한다, 통(通)하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뿌리째 뽑혀나갔다. 그간 흙 속에 묻혀 보이지 않았던 대한민국 정권의 뿌리는 이미 썩어있었다. 최순실이라는 민간인이 박근혜 대통령 집권 4년간 뿌리를 좀먹고 있었다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손으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시스템은 단 한 명의 비선 실세에 의해 그 의미를 상실해버렸다.

  국민은 분노했다. 그리고 움직였다. 지난달 29일 청계광장에는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가 펼쳐졌다. 지난 4일에는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역대 대통령 최저치인 5%대를 기록했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이었다. 박 대통령의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 국민의 가슴에 더 이상 ‘용서’라는 단어가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대학가에서는 국정을 농단한 박 대통령과 그 배후 인물을 규탄하는 움직임이 크게 일었다. 100여 개가 넘는 전국 대학에서 정권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국선언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6일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 부정입학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이화여대가 시국선언의 불을 댕겼다. 다음날엔 한양대가 시국선언의 불씨를 이어갔다. 한국외국어대는 10개 국어로 번역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 3일에는 의혈이 솟구쳤다. 양캠이 합동으로 진행한 ‘중앙대학교 시국선언 및 촛불집회’가 열렸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추위에도 불구하고 약 800명의 재학생이 중앙마루에 모였다. 한 손에는 희망이 어른거리는 촛불을, 다른 한 손에는 박근혜 정권 타도의 의지를 담은 피켓을 들었다.

  집회는 ▲굿(대한민국의 현실을 알리는 굿) ▲서예 퍼포먼스 ▲릴레이 시국선언 낭독 ▲‘성난 민중의 노래’ 합창 순으로 진행됐다. 국악대 창작음악앙상블 ‘본(本)’이 중앙대 시국선언의 포문을 열었다. 영혼을 의미하는 우리말 ‘넋’을 주제로 만든 창작곡 ‘푸리’를 공연해 중앙인의 의지를 다졌다.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한편에서 서예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한국화전공 박소현 학생회장(3학년)이 붓을 들었다. 박소현 학생회장은 ‘의혈중앙시국선언’을 한 글자씩 힘주어 써내려갔다.

  이후 약 100분 동안 적십자간호대 학생회를 시작으로 양캠 총학까지 릴레이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각 단위 대표자는 순서대로 준비해 온 박근혜 정부 규탄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서울캠 박상익 총학생회장(공공인재학부 4)은 ‘고(故) 대한민국 정부에 고(告)함’을 제목으로 한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며 대통령을 향해 하야를 촉구했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양캠 총학생회장의 시국선언문 낭독 중에는 참석 학생 모두 입을 모아 “박근혜는 하야하라”, “의혈 중앙”을 외치기도 했다.

  현 사태에 대한 분노의 중심은 역시 대통령에 있었다. 중대신문이 진행한 ‘최순실 게이트와 대학사회’ 설문조사에 의하면 ‘이번 사건에 많은 이들이 분노한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의 질문에 응답자 총 162명 중 약 84.6%(137명)가 ‘대통령과 관련된 비리이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비선 실세의 농단이든 사태를 방관한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부정이든 결국 사건의 책임은 대통령에 있다는 의미다. 지난 4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대학가의 목소리가 대통령의 귀에 닿아 책임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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