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경제78) 칼럼] 우리가 대한민국, 다시 광장으로 간다

“박 대통령은 버티고 정치권이 주춤거린다고 우리마저 멈춰서 있을 까닭이 없다”

 

국민일보

입력 2016-11-2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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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며 국민은 ‘이게 나라냐’고 분노한다. 지난 9월 최씨 등이 재벌들을 압박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하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때만 해도 그렇고 그런 정권 실세의 비리 정도로 비쳤다. 이후 속속 알려진바, 사태의 본질은 점점 더 박 대통령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다수 국민은 박 대통령의 자격 상실을 선언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쇠귀에 경 읽기다. 100만 인파가 촛불을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차관 인사를 하고, 받겠다던 검찰 수사는 회피한 채 이례적으로 특정 사건의 검찰 수사를 명했다. 버티기다.

그는 최씨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고 일일이 의견을 구해야 할 만큼 판단능력이 없었나. 조직 관리는 고사하고 갈 방향도 몰랐나. 그러니 책임을 지기는커녕 남 탓만 했을까. 곧 또 할 수밖에 없을 세 번째 대국민 사과에서도 국민에게 푸념만 늘어놓을 참인지. 대한민국은 철저히 농락당했다.

참담하고 분통터지는 이 사태에 대해 두 가지는 꼭 짚자. 박 대통령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돌아보는 것이 하나요, 포스트 박근혜를 위한 우리의 과제가 또 하나다.
 


우선 정치인 박 대통령이 존재하게 된 경위가 중요하다. 그가 정치권에 들어오게 된 배경을 보면 그 자신의 권력 의지를 감안하더라도 사실상 한국 보수정치권의 얄팍한 야욕과 무책임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1998년 4·2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는데 이를 부추긴 이는 바로 넉 달 전 대선에서 참패했던 이회창씨였다. 재기를 노리던 이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를 돌파구로 삼았던 것이다.

2004년 6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로 등극한 일도 주목된다. 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있었고 그 후폭풍이 불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전전긍긍 당시 박근혜 의원을 당대표로 내세워 바람을 피하려 했다. 비슷한 상황은 2012년에도 이어지면서 그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됐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보수정치권은 박정희·박근혜 지지층의 후광에 몸을 맡기는 무책임 행보를 거듭했다. 그게 오늘 우리에게 지워진 불행의 씨앗이다.

지금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포스트 박근혜 문제다. 현 정국을 둘러싸고 대통령 2선 후퇴를 비롯해 퇴진, 하야, 탄핵 등 온갖 주장이 넘치지만 중요한 사실은 박 대통령이 전혀 호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광장에서는 이미 하야, 퇴진과 함께 박 대통령 구속을 외치고 있지만 정국은 주춤거리기만 한다.

정치권, 특히 야권의 책임이 크다. 대권 주자들을 비롯해 여야는 손득을 따지고 국민 눈치만 볼 뿐이다. 판단의 최우선순위가 나라·민족에 있지도 않고 정치공학적인 논리만 넘친다. 상황이 이렇다면 박·최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검찰이 정치검찰의 오명에서 스스로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도처에 부정적인 논리가 넘친다. 그래도 기회는 지금뿐이다. 1)하야 선언 및 내외치 책임총리 임명(당장), 2)권력구조에만 국한한 개헌안 도출(90일), 3)개헌안 통과(60일), 4)하야 및 새 정부 출범(60일)의 단계로 추진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 가능하다. 46년 일본 평화헌법 제정 때 기초가 된 92개조의 맥아더 초안은 불과 10일 만에 나왔다. 개헌은 의지의 문제이지 시간의 문제는 아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우리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당장 1단계 진입을 목표로 삼자. 우리가 다시 광장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다. 피의자로 전락했음에도 박 대통령은 버티고 정치권이 주춤거린다고 우리마저 멈춰 있을 까닭이 없다. 우리가 바로 대한민국이 아닌가.

 

조용래(경제78) 편집인 jubi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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