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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형 총장에게 부재했던 능력은

관리자 | 조회 수 609 | 2006.11.29. 14:42
CEO형 총장에게 부재했던 능력은

 

중대신문 진상은 기자 jse85@cauon.net

 

요즘 대학가에 ‘CEO형 총장’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기업의 ‘혁신’ 마인드를 대학 경영에 접목함으로써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어윤대 고려대 총장이 총장 후보자격심사에서 절반 이상의 교수들이 반발하면서 연임에 실패하게 된 것이 발단이었다. 어윤대 총장은 고려대에 3500억 이상의 발전기금을 유치하고, 교내 강의의 60%를 영어 수업으로 바꾸는 등 개혁을 단행하면서 세계대학 순위를 150위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개혁과정에서 내부의 동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교수들의 반발을 사게 되었고 이는 곧 연임에 대한 어총장의 의지를 꺾었다.

고려대의 위신을 상당히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 어윤대 총장의 연임실패를 통해서 대학가는 ‘CEO총장이 과연 대학에 적합한갗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게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경직화되고 비합리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학 현실을 개혁하겠다는 CEO형 총장의 포부는 높이 살만하다. 그리고 세계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한참 뒤떨어진 우리 대학에서 꼭 필요한 것이 개혁이다. 하지만 대학경쟁력을 갖추는 방식이 과목의 커리큘럼의 변화와 학생들의 교육의 질 수준에서 먼저 시작되어야지 대학경영방식의 변화에서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대학 경영방식이 기업의 CEO와 같이 이루어지는 것은 총장으로서 가지는 덕목의 하나일 뿐, 총장이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은 아니다.

현대의 기업이 대학에게 원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창의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문·사회와 이공계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의 총장은 개혁의 의지를 교수들과 함께 공유하여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 고려대의 어윤대 총장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또한 지난 달 16일 발표된 중앙인 의식조사에서는 학교 발전 역점 사안으로 재단의 노력을 32.7%의 학생들이 1위로 꼽았고, 대외경쟁력을 위해 갖추어야 할 요소로 35.1%의 학생들이 재단자금을 꼽았다. 이는 현재 학생들이 생각하는 중앙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학교재정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은 아마도 이런 학교 재정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CEO형 총장을 원하는 것이리라.

중앙대 내에도 CEO형 총장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다. 언론사 통합 홈페이지 CAUON 게시판에는 ‘만약 고려대의 어윤대 총장이 연임했다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도 CEO형 총장을 영입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CEO형 총장이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는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CEO형 총장일지라도 본분은 경영자가 아닌 총장이기 때문에 학교 발전을 위해서라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접어두고 강하게 개혁만을 취하는 것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대학들은 총장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발전기금을 많이 끌어 모으는 총장이 좋은 총장인지, 학생들과 교수들의 의견수렴이 간과되고 있지는 않은지. 대학개혁을 위해서는 총장의 성향이 어떤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총장의 의지와 교수들의 뒷받침, 학생들의 협조의 삼박자가 맞아야 진정한 개혁은 완성된다.

중앙대 학생들은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타 대학들은 앞장서서 내달리고 있다. 그리고 위기를 느끼는 지금이 바로 무언가 시작할 때이다. 총장의 자질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모자라는 능력을 보완해 주는 협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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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11월 21일 17: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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