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중앙USA San Francisco 판2005년 9월6일자
오피니언 중에서 최련동문의 글을 펌한글입니다
[최련의 단상]중앙 국악 예술단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가 보낸 하루를 이야기한다.
일용할 양식과 바꾼 자신의 시간들을.
사람 사는 일상은 언제나 이런 수다로 술렁이고 이런 밑그림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과거가 되어 흘러간다.
나는 어릴 때 순 경상도 말만 하며 외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때 외할아버지 친구 분 중에 타령을 잘 하시는 분이 한 분 계셨는데 막걸리 한 잔씩을 권커니 잣거니 마신 두 분은 막걸리에 얼컬하게 취해 타령을 부르곤 하셨다.
나는 그 곁에서 사발에 조금 남아있는 막걸리를 보며 “할아부지 이거 나 묵어도 돼?” 묻곤 했다. 그럼 할아버지는 “하모, 우리 새끼는 사탕가루 쪼매 타서 묵어야 재” 하시며 누런 설탕가루를 조금 타 주시곤 했는데 나는 낼름 받아 마셨다.
술인 줄도 모르고 달짝지근한 맛에 마신 막걸리 기운에 취해 나는 두 할아버지와 함께 장단을 맞추고 어깨를 들썩이며 타령을 부르고 놀았다.
신명으로 열리는 흥겨운 세상을 나는 그때 이미 맛본 것일까?
나는 언젠가부터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하여, 나는 그저 내 안일한 굴속에서 마늘이나 파먹고 사는 웅녀의 생활이 딱 맞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올 여름에는 뉴욕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가슴 저려지는 신비한 연주를 들었다.
25현 가야금 2중주였는데 처음에는 재즈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나중에는 가락과 함께 최초의 술친구였던 외할아버지가 나타나기도 했다. 아늑함과 그리움이 담겨있지만 아주 후레쉬한 전통 음악.
그랬다. 우리의 국악이 변했고 발전했고 넋이 나갈 만큼 신비했고 신선했다. 이것은 일종의 충격이었고 가슴 밑바닥을 향해 고여오는 애틋한 사랑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옛날이란 언제나 살아있는 지금일 뿐이라 했던가?
오랜 전통을 가진 한민족의 가락은 세월의 뒤편에서 낡아가고 있는 가락이 아니었다. 오래된 기와집 마룻바닥에 고여있다 흘러나오는 가락도 아니었고 먼지가 앉고 거미줄이 처진 가락은 더더욱 아니었다.
지금 우리가 듣고 즐기는 서양음악의 3요소인 선율(멜로디), 장단(리듬), 화성(하모니)을 두루 갖춘 신비한 전통악기의 국악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가야금 협주곡 덕분에 귀의 즐거움으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맛보았다.
이런 전통음악을 창작국악으로 발전시키며 국악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는 ‘중앙 국악 예술단(The Chung-Ang Korean Traditional Art Group)’이 이번에 정부 정책 사업으로 한국을 대표하여 미주 순회 공연을 실시한다. 9월10일에 뉴욕링컨 센터(Lincoln Center Alice Tully Hall), 9월13일 스트라스모어뮤직 센터(The Music Center at Strathmore), 9월16일 샌프란시스코 팔레스 오브 파인 아츠 극장(Palace of Fine Arts Theatre)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이번 공연은 한국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목적도 있지만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며 9.11 뉴욕 테러 희생자 추모 미주 순회 공연이기도 하다.
옛날 우리 조상들의 절통스런 설움을 달랬을 음악이 이제 생목숨을 잃고 구천을 헤맬 서양인의 넋을 달래는 것이다.
구슬픈 한오백년 가락을 타고 천상으로 흘러가는 세계인의 영혼.
특히 가무악 ‘천도’는 씻김굿을 무대화한 것으로 이승에서 풀지 못한 망자의 한을 풀어 극락왕생 하도록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중앙 국악 예술단은 한국의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전문 예술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 공연에도 80여명이 참여한다.
이들 단체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 개막식,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등 한국을 알리는 중요하고 방대한 국제 행사에서 연주했다.
이번 공연의 주요 레퍼토리는 관현악(중앙 국악 관현악단)의 서곡을 시작으로 가야금 협주곡, 신민요, 전통 뮤지컬, 가무악, 실내악, 경기 민요, 국악 가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 국악 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박범훈 지휘자는 한국이 낳은 전통음악의 큰 기둥이며 우리 소리 종자 키우는데 일생을 바치는 큰 사람이다.
그는 ‘국립 국악 관현악단’초대 단장 겸 예술 감독이며 ‘중앙 국악 관현악단’ 단장이며 ‘중앙대학교’ 총장이며 국내 최초의 ‘국악 유치원’, ‘국악 예술 학교’, ‘국악 단과대학, 대학원’을 세운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또 국악의 세계화와 과학화에 앞장서는 연구자이며 피리의 명인이기도 하다.
구성원 중 김성녀, 장사익, 김영임, 채향순 등도 한국의 최고 전통음악 전문 예술인들이다.
우리의 살아온 흔적이 묻어있는 전통음악, 국악은 외국 음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야금은 우리나라 고유의 대표적인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