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학자의 끝없는 학문적 열정 [중앙일보]
책 출간하려 퇴직금 헐어 출판사 설립
`자치통감` 전집 내는 권중달 중앙대 명예교수
"30여년간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잘 살아왔으니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2월 정년퇴직한 남편 권중달(66, 중앙대 사학과 17회, 동창회 상임이사) 중앙대 사학과 명예교수(사진右)가 퇴직금을 털어, 평생 매달려 온 '자치통감(資治通鑑)' 번역판 전집을 내고 싶다고 했을 때 부인 정철재(55.(左))씨는 선선히 동의했단다.

"저라고 걱정이나 바람이 왜 없었겠어요? 아직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고, 노후 대비도 해야 하고, 평생 못 가본 유럽여행도 해보고 싶고…. 그런데 10년간 거의 매일 밤 자정이 넘도록 번역을 하던 모습을 떠올리니 결정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부부는 1억원을 들여 도서출판 삼화를 차리고, 결혼 후 별다른 사회활동을 않던 정씨가 덜컥 대표가 됐다. 오로지 권 교수의 원고를 전집으로 엮어주기 위해서였다. 그게 지난해 7월이다. 그리고 8개월 만에 32권으로 예정된 전집 가운데 후한(後漢).삼국시대를 다룬 4권을 출간했다.

"이번에 낸 것은 5~8권입니다. 전국시대와 전한시대는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2000년과 2002년에 냈으니 세 번째 출판인 셈이죠. 저라고 출판사를 옮겨 다니고 싶었겠습니까? 수익성이 낮다 보니 선뜻 출판하겠다는 곳이 없어 아예 제가 출판사를 차리게 된 겁니다."

석.박사 논문도 그랬고, 1997년부터 자비출판을 했으니 권 교수의 일생은 '통감 인생'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치통감'에 무슨 매력이 있었을까.

"중국 전국시대부터 송나라 이전까지 1362년간의 역사를 송의 사마광이 기록한 '자치통감'은 모두 294권에 달하는 분량으로 '춘추' '사기'와 더불어 중국의 3대 사서(史書)입니다. 중국 문화의 절정기였던 송대의 문.사.철(文史哲)이 녹아든 명문이죠. 게다가 '자치(資治)'는 다스림이란 의미니 제왕학 교과서라 할 수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재미와 교양의 보고(寶庫)입니다."

200자 원고지 기준 8만장에 이르는 번역을 혼자서 완성할 수 없었다. 2002년부터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석.박사 5명 등 제자 7명이 동참해 번역과 교정을 도왔다.

2005년 작업을 마쳤으나 출간할 곳을 찾느라 2년을 보내면서 원문을 세 번 교정하고 어휘와 문체를 통일했으니 허송했던 시간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 책들은 후학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겁니다. 일반인들로선 삼국지를 정사(正史)로 읽는 색다른 재미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정 대표는 각 600쪽에 달하는 책들이 얼마나 팔릴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고 했다.

"앞으로 반 년마다 4권씩 출간해서 2009년 전집을 완간할 예정입니다."

초판을 500부씩 찍느라 벌써 자본금의 절반을 써버렸다는 노학자 부부. 갈 길은 멀어보였지만 그들의 표정만큼은 환했다.

글=김성희<jaeja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최복식 2012.05.22. 07:53
그리움은 영원으로 진행됩니다.
원영익 2009.05.06. 07:57
송정부 위원장님 Fighting................고문관 워영익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