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행정력·수평적 리더십 갖춘 ‘문화 거버넌스’ 조직 
독립적 운영체계 확보… 창의적 행정 자율·책임 동시 부여
유휴공간 등 활용 예술가 창작권·시민 문화 향유권 확산
젊은 예술가 인큐베이팅 지원·예술콘텐츠 문화관광 활성화

 

 

박상언 동문1.jpg

(재)울산문화재단 박상언 초대 대표이사는 “최대한 눈으로 확인하고 발로 찾아다니는 행정을 통해 울산 문화예술계 현장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재)울산문화재단이 남구 중앙로 경남은행 울산본부 5층에 임시사무실을 마련하고, 지난 1월 2일부터 본격 업무에 들어갔다. 
10여 년을 끌어오다 전국 17개 시·도 중 16번째로 막차를 타는 만큼 재단의 성공 출범과 운영은 지역문화예술인뿐 아니라 울산시민 모두의 바람이다. 

(재)울산문화재단은 1처 4개팀 20명으로 구성돼 문화예술 창작·보급 및 문화예술 활동 지원 사업, 울산시 위탁사업 등을 추진한다.  
박상언 초대 대표이사는 “현장이 답이다. 최대한 눈으로 확인하고 발로 찾아다니는 행정을 통해 울산 문화예술계 현장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담겠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재단 출범과 함께 취임한 박상언 초대 대표이사를 만나 울산문화재단의 역할과 운영 계획,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2일 취임식에서 재단 운영방안에 대해 여러 포부를 밝혔는데?
 

▲기본은 울산에서 활동하는 여러 예술가와 그 예술 활동을 어떻게 하면 더 공정하고 더 효율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 울산 시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하면 더 높일 수 있는가다. 

 

이를 위해 재단 스스로 높은 전문성과 행정력을 구비해 기본 제도와 시스템을 조기에 정착시키고 협력을 통해 수평적 리더십을 갖춘 문화 거버넌스 조직으로 만들어 가겠다. 사업과 프로그램의 단기적·처방적 개발 및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합리적 제도와 시스템을 구비해 나갈 것이며, 울산문화재단을 전국에서 가장 재미있고 신명나는 창의적인 조직으로 만들어 울산시와 문화예술인들과 늘 함께 하겠다.

 

 

-늦게 출발한 만큼 재단의 안착을 위해 무엇보다 지역특화사업을 발굴,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상은? 
 

▲울산은 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산업근대화를 선도한 도시이자 그 그늘인 공해와 오염의 문제를 태화강을 중심으로 모범적으로 풀어낸 생태도시다. 또한 반구대와 처용으로 대표되는 유구한 역사문화 자원을 보유한 잠재력이 넘치는 도시다. 그러나 선사, 고대사, 현대사의 매력적인 콘텐츠와 스토리가 이렇게 함께 존재함에도 국가경제와 생태환경의 테제들을 앞세워올 수밖에 없었던 현실 속에서 이러한 매력요인들을 잘 엮어내지 못했다. 

 

이제 문화재단 설립 등을 계기로 울산 시민들과 문화예술계의 지혜, 기업들과의 지역문화 거버넌스, 그리고 시와 문화재단의 정책 의지를 한데 모아 서 말의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드는 문화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울산 스타일’의 문화 브랜드와 프로그램들이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열심히 공부 중이다.  

 

 

-울산문화재단은 전국 최소 규모다. 출범부터 예산 집행 정도 역할밖에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10명 정도의 상근직원으로 문을 열었던 여러 광역문화재단에 비해 울산문화재단은 20명으로 출범했으므로 비교적 나은 편이다. 유례없이 엄정한 절차에 따라 채용된 재단 원년 멤버들의 역량 또한 크게 기대된다. 물론 규모 등의 면에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으나 강소 전문기관으로서의 조직 안정화 단계를 거치면, 머지않아 조직과 인력 구성의 확대 개편이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울산문화재단은 문화재단 20년 역사에서 거의 모든 재단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온 여러 문제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며, 이에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지역문화예술의 컨트롤 타워 또는 울산 문화정책의 싱크 탱크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문화재단은 전문성, 자율성 확보가 매우 중요한데?

▲자율적이고도 독립적인 운영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단 스스로가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현장성을 구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 구성원이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주1회 문화정책과 행정, 예술경영, 그리고 지역문화자원 등을 주제로 공동 학습과 연찬을 할 것이다.  ‘현장이 답이다’라는 믿음으로 직접 눈으로 보고 발로 뛰어가는 문화행정을 펼칠 것이다. 결정한 후 이해를 구하는 방식보다 현장의 의견부터 먼저 담아 나가고자 하는 방식을 취하겠다.

 

709484_301502_5745.jpg
(재)울산문화재단은 지난 2일 대표이사 취임식을 겸한 시무식을 열고 본격업무에 들어갔다. 재단은 1처 4개팀 20명이 문화예술 창작·보급 및 문화예술 활동 지원 사업, 울산시 위탁사업 등을 추진한다. 공개 채용된 재단 원년 멤버들의 역량 또한 크게 기대된다. (재)울산문화재단 제공

 

 

-전문가들은 문화유산, 생활수준, 생태환경 등을 들어 가장 늦게 설립되지만 가장 선진적 재단이 될 것이라 조언하는데? 

▲동의한다. 울산은 앞서 문을 연 대부분의 문화재단들에 비해 바람직한 문화정책을 전개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많이 갖추고 있다.  그러나 바늘허리에 실을 매달 수는 없다. 지원 프로그램들을 무조건 확대하고 나열하려는 양적 팽창 중심의 성급한 사고를 경계해야 하며, 여기에는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참을성 있는 속 깊은 응원이 요구된다. 

어떻게 하면 재단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중장기적 전략을 앞에 두는 슬기가 신생 조직에 특히 중요하며, 이렇게 느린 듯 하지만 견고한 발전 바탕을 갖추고 난 뒤부터는 분명히 제곱수로 전진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문화재단이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이 시점에 울산문화재단이 문을 열었는데, 우려되는 점은 없나? 

▲21세기로 접어들어 문화정책은 문화 이외의 일반 정치와 행정 행위의 목표를 달성하는 통합적이고도 완결적인 방법론이 됐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문화재단에 ‘과도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화정책에서 지원은 하되 간섭을 말자는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 자꾸 훼손되고, 이에 따라 문화재단이 점점 활력을 잃어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문화재단에 대해 ‘창의적인 행정’을 할 수 있도록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면 된다.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사업 영역이 있나? 

▲울산의 역사·문화를 담은 울산 고유의 문화 브랜드 창출, 유휴공간 등을 활용한 예술가의 창작권 및 시민의 문화 향유권 확산, 젊은 예술가들의 인큐베이팅 지원을 통한 활동 기반 확대, 예술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문화관광 활성화, 울산문화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각종 조사·연구 및 정책 생산 기능 구비 등이다.  

 

 

-울산시민과 문화예술인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울산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을 통한 행복감을 주는 것이 울산문화재단의 궁극적인 목표다. 물론 예술은 그 행위 자체로도 목적이지만 공공재원으로 예술가와 예술단체에 지원하는 것 또한 결국 시민들의 예술적 감동과 문화적 체험의 기회를 확대해 행복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예술가들의 질 높은 공연·전시 활동에 대한 홍보를 활성화해 시민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임과 아울러 시와 예술계의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내 시민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생활문화 공간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싶다. 문은 크고 항상 열려 있으되 문턱은 더없이 낮은 친근하고 사랑받는 울산문화재단이 되도록 하겠다.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 

▲문화예술계에는 당장의 처방적인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전략과 목표를 먼저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린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 콜린느 극장의 행정감독 알랭 에조그(Alain Herzog)는 “예술가는 불가능한 것을 제시하고, 행정가는 그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우리 울산의 문화예술과 문화예술가들을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랑하겠다.  

시에서는 ‘품격 있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의 시정(市政)과 높은 수준의 정합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와 같은 변함없는 응원과 신뢰를 재단에 주리라 믿는다. 
  
박상언 대표이사는 경기도 남양주 출신으로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화총괄팀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영전략본부장, 한국지역문화지원협의회 사무국장 등을 거쳐 2011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일했다.

  1. 박상언 동문1.jpg (File Size:105.9KB/Download: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