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는 2015년 4월 중앙대학교 홍보대사 중앙사랑 인터뷰 '파워중앙인'에서 전재하였습니다.]
 
 
한국의 중앙에서 세계의 중앙으로. 바로 우리 대학이 걸고 있는 슬로건이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전 세계가 소통하고 융합하는 요즘, 국제사회와 국제기구에 관심을 두는 이들 또한 늘었다. 중앙사랑이 만난 성인혜(불어불문학과 05학번) 동문 또한 그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불어불문학과를 나와 당당하게 국제기구 초급전문가 JPO에 선발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 최근 JPO에 선발되셨습니다. JPO가 무엇인지 간략한 소개 부탁합니다.
 
JPO란 Junior Professional Officer의 약자로 국제기구 초급전문가를 의미합니다. 정부 지원으로 매년 15명을 선발해 국제기구에서 정규직원과 동등한 조건으로 2년 동안 일을 하며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자격 요건은 학사 이상, 만 32세 이하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고, 1차, 2차 전형을 거쳐 선발하고 있습니다. 1차 전형은 서류전형이고, 2차 전형은 영어 필기, 영어그룹토론, 국어면접 외 관련 경력, 제2외국어 시험 등을 치릅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선 80명이 JPO 프로그램을 수료했고, 이 중 약 55명이 국제기구에 진출했습니다.
 
(※ 국제기구 : 주권을 가진 국가들 중 2개 이상의 국가들이 합의에 따라 만든 국제협력체로서 국제법에 의해 설립되며, 독자적인 지위를 갖는 기관으로 구성된 기구로 UN와 UN산하기구, WTO, IMF 등 분야에 따라 여러 기구가 존재한다.)
 
 
2.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며 학부 생활을 하셨나요? JPO를 준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부 재학 중에는 국제기구를 목표 삼아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NGO 등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죠. 그러던 중 새천년 개발이란 주제로 모의 UN에 참가했을 때, 전 세계가 빈부 격차와 재난, 난민, 기아 등 심각한 사회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줄이는 데 힘쓸 수 있는 국제기구에 흥미를 느끼고 이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초년생이 국제기구에 근무할 수 기회는 UN에 들어가는 가장 정도인 YPP (young professional program) 라는 UN 시험을 보는 방법 외에 크게 세가지 가 있습니다. 첫째, 인턴으로 국제기구에서 일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 둘째, UN Volunteer로 참여하는 방법. 셋째, 바로 JPO 국제기구 초급전문가에 선발되는 것입니다.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제 상황에 맞는 세 번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3. 언제쯤 구체적으로 준비하게 되었습니까?
 
본격적으로 JPO 시험을 대비해서 준비한 시간은 2달 가량입니다. 하지만 영어 writing과 시사를 공부하고 UN 관련 서적을 읽으며 언어, 전문지식, 인턴 경력을 쌓는 등 시험에 바탕이 되는 기초지식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에는 대략 5~6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JPO에 관심 있는 지인들은 ‘얼마나 준비했어요?’ 라는 질문을 자주 합니다. 이에 저는 단기간에 준비한다기보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평소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전문성을 쌓다 보면 자연적으로 JPO를 위한 실력에 도달할 것이라고 답합니다.
 
 
 
 
4. 그렇다면 JPO를 준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 수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준비한 두 달 동안 UN 기본서 2권을 정독했고, 영어작문은 기출 문제를 바탕으로 연습한 뒤 외국인 친구에게 첨삭을 받았습니다. 지난번 JPO선발에서 좌절을 맛본 후, 영어토론은 시험에서 원하는 것을 알고 유연하게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싸우는 것이 아닌 얼마나 외교적으로 소통하고 조화롭게 의견을 도출하는 지였습니다. Writing General 문제에선 UN 개혁에 대한 생각 등이 중요하고 구체적인 문제에선 구체적 분야에 따른 문제가 나오니 자신의 분야를 잘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2외국어 시험에는 UN 공용어인 스페인어, 영어, 불어, 아랍어 중 하나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불어불문학과임에도 불구하고 해외거주경험이 적었던 터라 다른 동기들에 비해 제2외국어 능력이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21살까지 줄곧 한국에서만 살았고, 해외에서는 어학연수, 교환학생 6개월과 학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에서 석사학위를 하며 늦게 언어를 배운 터라 제2 외국어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제기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창한 언어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말솜씨가 아닌 내용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5. 40:1의 경쟁률을 뚫고 JPO에 당당히 선발되었는데, 이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JPO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두 달 동안은 크게 힘들었던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준비했던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3개 국어를 구사한다는 점, 언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점, 무급인턴 등 국제기구에 들어가는 입구는 바늘구멍보다도 작다는 점 등 여러 고난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JPO로 선발된 지금이 엄청난 행운으로 느껴지는 거겠죠.
 
저는 남이 하는 말을 잘 안 듣는 편입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뚝심, ‘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니’ 등 남들의 우려 섞인 말에 좌지우지되지 않으려 했던 것. 그리고 실패해도 ‘그런가 보다’하고 덤덤히 넘길 수 있는 무덤덤함 등 이 모두가 힘들 때 저를 지켜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6. JPO를 준비하는데 중앙대학교는 어떤 도움이 되었습니까?
 
프랑스 교환학생 6개월을 포함하여 일절 외부학원을 다니지 않고 불어불문학과에서 모든 프랑스어를 배웠습니다. 중앙대학교는 언어를 배우고 실력을 쌓을 수 있게 학사 프로그램이 구성되어있고, 특히 교수님의 지원은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기까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JPO를 실패하고 준비할 때 교수님의 격려와 추천, 추천서, 현지 지인과 선배 소개 등 교수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교수님과 꾸준히 연락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7. JPO에 선발되어 2년 동안 유엔 및 국제기구에서 일하시게 될 텐데, 어떤 기구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되나요?
 
앞으로 저는 방글라데시 유니세프에서 긴급구호관으로 일하게 될 예정입니다. 긴급구호관은 방글라데시에서 재난 구호 활동을 담당합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전쟁은 없지만, 자연재해가 많은 편입니다. 따라서 긴급구호관으로서 자연재해가 일어나기 전 대비를 하고, UN과 NGO와 협력해 재해 후 피해 상황을 파악하여 본부에 알려 지원을 받는 등 추후 재난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업무를 할 예정입니다.
 
원래 파견은 무작위 배정이었으나, 요즘은 외교부에서 제안하는 목록에서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방글라데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인도적 지원 분야다 보니 현장에 가서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8.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국제 기구에서 근무하려고 하시나요?
 

처음 JPO시험을 치르고 고배를 마신 날 프랑스 친구가 ‘JPO가 되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텐데 그럴 준비가 되었냐?’는 질문을 했었습니다. 당시 저는 제 꿈을 이루고 제가 남들 앞에 당당해지는 등 사적인 것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의 일침이 저를 일깨웠습니다. 그 날 이후 달라진 시각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하니 제가 자연재해 등 문제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절대 적지 않을 것이고, 타인의 생과 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면서 저의 작은 선택이 남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저의 손길이 남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책임감을 꼭 끌어안고 일하려 합니다.

 

 
9. 성인혜 동문님이 꿈꾸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가 관심 있어 하는 긴급구호, 인도적 지원이 말처럼 쉽게 진행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현실은 사실과 왜곡된 경우도 많고 문제점도 많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미래에는 문제점과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개정, 설립하는 곳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10. 동문님을 따라 국제기구를 준비하는 후배와 동문을 위해 조언 한마디 부탁합니다.
 
국제기구를 목표로 삼지 말고 수단으로 삼으라는 말을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기구, 다양한 직종 중 막연하게 국제기구를 가고 싶다는 마음가짐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서 전문성을 쌓아 알맞은 국제기구에 들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가령, UN에 가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고 꿈꿔야지 단지 반기문 UN사무총장님처럼 멋있는 사람, 세계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UN에 가겠다고 하면 준비하면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사회는 자신의 갈 길을 빨리 찾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제 길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엔 개발, 분쟁 및 인권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해봤습니다. 그러던 중 NGO에서 근무하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엔 NGO의 한계가 많다는 것을 깨닫고 UN의 인도적 지원 분야로 들어가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주위 지인들은 현재의 제 모습만 보고 국제기구로 갈 수 있는 빠른 길을 물어보곤 합니다.
 
저는 이에 많은 경험을 하면서 배우고 느끼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를 권유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할 수 있고 그 분야에 집중할 수 있으니깐요. 때로는 이것이 바로 첩경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성인혜 동문.jpg (File Size:490.5KB/Download: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