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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인터뷰는 2016년 7월 중앙대학교 홍보대사 중앙사랑 인터뷰 '파워중앙인'에서 전재하였습니다.]

 

황인찬(문예창작06, 최연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 시인과의 만남

"죽을 때까지 새로운 시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

 

모교 홍보대사 중앙사랑이 황인찬 동문(문예창작 06학번)을 만난 건 한 학기가 막 끝난 6월의 마지막 주, 장마전선이 아직 한반도에는 다다르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합정역 앞으로 마중을 나온 중앙사랑에게 더운데 왜 나오셨어요, 잘 아는 동네인데 좌표만 찍어주시지라며 순수하게 웃는 모습을 시작으로 그를 만나볼 수 있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그 소리 깊은 울림을 바로 지금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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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새로운 것, 즐거운 것들을 같이 만들어나가요!”
 
PART 1. ICE Breaking
Q1. 시집에 유난히 ‘새’가 많이 등장하는 황인찬 시인을 위해 조형물로 새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실제로도 새를 좋아하시나요?
- 새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살아있는 새에 대해서는 오히려 무섭다고 느껴요. 무섭고 싫은 이유 때문에 더 생각이 나고, 그 점이 시를 쓰게 만드는 것 같아요. 좋은 것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에요. 새는 특히 눈이 특히 무서운데, 다른 포유류나 파충류는 눈을 보면 ‘쟤가 무슨 생각을 하나’ 어느 정도 감이 오는데 새는 전혀 알 수가 없어요.
 
Q2. 스마트폰 게임을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전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게임인 ‘확산성 밀리안아서’에 푹 빠진 모습을 봤는데 최근 하고 있는 게임이 있나요?
- 요즘 스마트폰 게임에 제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 같아요. 그래도 재미있어서 끊기가 힘들었는데 최근 게임에 돈을 너무 많이 써서…(웃음) 끊게 됐어요. 대신 닌텐도 게임기로 넘어왔어요. 요즘 즐겨 하는 게임은 ‘마리오 브라더스’! 원래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Q3. 인터뷰 준비를 위해 홍보대사들끼리 정보검색을 하면서 굉장히 잘생기셨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잘생긴 시인’이라는 소리 들어보신 적 있는지?
- 어휴… 누구 놀릴 때나 하는 말이죠. (연거푸 한숨을 쉬며)대답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시인들 중에는 실제로 잘생긴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저는 그냥…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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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문학 아이돌’ 이라구요? 놀리지 마세요. 부끄럽습니다.”
 
PART 2. 시인 황인찬
Q1. 대학교에 와서 처음 시를 쓰셨다고 알고 있어요. 어쩌면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이루신 천재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이 시적 감각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시적 감각’이라는 말은 되게 모호한 단어 같아요. 오히려 운이 좋았었고, 시적 감각이라는 것이 언어에 대한 감각, 대상을 이해하는 관점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시를 쓴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오히려 시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랐던 것 같아요. 늦었던 만큼 주변환경을 한 번에 보려 했고, 시와 관련된 다양한 것들을 알고 싶은 욕심에 의식적으로 공부를 했어요. ‘시는 무엇이고 난 무엇을 써야 하는가?’에 대해서 끝없이 고민해왔어요. 운이 좋았다고 말한 건 제가 시를 쓰려고 했을 때가 시인들의 세대교체가 슬슬 이루어지고 있었을 때였어요. 당시에 ‘지금 세대에는 어떤 시가 필요할까?’에 대해 고민하며 시를 썼고, 그것이 ‘시’라는 분야에서 운 좋게 빨리 받아들여졌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빨리 알아봐주신 것이 감사하지만, 너무 빨리 주목 받는 일도 시인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부담이 많이 되죠.
 
Q2. 소설과 시 모두 독자와 소통하는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죠. 황인찬 시인께서 생각하시는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둘 중 시를 선택한 이유도 알고 싶어요.
 - 시나 소설은 기본적으로 언어를 활용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문학이라는 테두리로 같이 묶이는 것 같아요. 그 사이에서 차이점을 말한다면, 언어를 통해서 조형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우선 소설이 조형하는 요소는 층위가 큰 편이에요. 요즘 소설은 중심이 서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담론들이 쌓여가면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큰 구조물을 형성해요. 시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구조물이지만, 기본적으로 1인칭 예술이에요. 따라서 어떤 걸 쓰든 간에 ‘나’라는 필터가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소설을 더 좋아했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내 얘기 말고는 관심이 없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보다는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나와 잘 맞는 옷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를 선택했죠.
 
Q3. ‘시가 다른 것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면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실제로 시가 없어진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 시대가 흘러도 시 자체는 없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현대시’라 불리는 양식이 없어질 수 있다고는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는 생물이 존재하는 이상, 언어를 활용한 예술은 사라질 수 없기 때문에 시의 형태가 낡은 것이 된다면, 다른 방식이나 형태로 언어가 품고 있는 정서와 정신을 다루는 예술이 등장하겠죠. 제가 원하는 것은 시가 끝난다면 또 ‘그다음의 시’를 쓰는 거예요. 가능하다면 그런 것을 만들고 싶어요. 시대에 어울리는 양식으로써의 시를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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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얼마 전 소설가 ‘한강’이 ‘맨부커 상’을 수상한 일이 있었죠. 어떠신가요? 문학인으로서 어떠한 자극이 되었는지, 수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요.
 - 정말 큰 경사죠. 외국에서 상을 받았다는 의미보다 우리 문학이 꾸준히 번역될 수 있다는 창구가 생겼다는 의미에서 정말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문학에서 ‘상’을 금메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데, 이 점이 조금 아쉽죠. 문학상은 ‘앞으로 당신을 더욱 기대한다.’ 또는 ‘고생했다.’는 의미라고 봐야 하는데 경쟁에서 1등을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우리가 문학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드러나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웠어요. 하지만 한국 문학이 앞으로 세계에서도 꾸준히 사랑받을 기회가 생겼고, 뛰어난 작가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점이에요. 어떤 면에서는 좋고, 또 어떤 면으로는 씁쓸한 것 같아요.
 
Q5. 사실 시인은 시인으로서 가지는 바쁨과 억압은 잘 드러나지지 않는 것 같아요. 시인으로서 바쁘게 지낸다는 것은 어떤 삶인지, 시인으로서 받는 억압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일단 시인이라고 하는 것이 돈을 버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시로 돈을 벌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시집을 만 권, 이만 권 판다고 하면 그것이 시인의 연봉이에요. 그런데 만권, 이만 권 팔기가 굉장히 어려운 현실이에요. 과거에는 신춘문예로 데뷔를 하면 서울에 있는 집을 살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해외여행 한 번 갈 수 있을 정도죠. 따라서 시인은 정말 돈 버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인으로서 글을 쓰고 시를 쓰면서 살아갈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것이 시인으로 살기 위한 투쟁이죠. 그런 여유를 찾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하고요. 시인으로 바쁘게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모습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Q6. 혹시 직장에 다니는 것처럼 시간을 정해놓고 작품 활동을 하시나요?
 -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주로 저는 일과가 끝난 후 잠들 때까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에요. 노트북에 ‘한글’ 프로그램을 켜두고 왔다 갔다 하면서 쓰는 편인데, 작업의 효율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몰아서 쓰려면 생각에 여유가 없고 생각의 공간이 좁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머릿속이 답답해져요. 머릿속에 여유를 만들기 위해 오히려 딴짓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Q7. 특별히 시가 잘 써지는 시간이나 상황이 있으신가요? 시가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시나요?
 - 시를 쓰는 시간 말고는 친구들을 만나는 편이에요. 하지만 그냥 만나서 노는 것이 아니라 창작에 참고할 만한 것들을 주로 즐겨요. 최근에는 웹툰을 챙겨보는데 그래야 현대의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어떤 부분에서 즐거움을 얻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변명으로 들리시겠지만(웃음). 한때 아이돌계에서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쏟아지기도 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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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 웹툰, 아이돌 문화를 즐깁니다.”

 
Q8. 최연소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 되게 신났죠. ‘최연소’라는 말이 신경 쓰이진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살짝 겁이 나기도 했어요. 상을 받기 전에 이미 너무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던 상황이라 걱정이 컸어요. 너무 감사하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빨리 소비되지 않을까?’라는 불안함에 휩싸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금으로 무엇을 할까?’에 대한 생각이 많았죠(웃음). 상금으로는 노트북을 사고, 학자금 갚고, 정말 재미있게 놀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돈으로 여행을 갔으면 좋았을 거란 후회가 남아요.
 
Q9.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 관심이 있는 것은 많지만 그래도 오로지 ‘시’예요. 사회적 의무나 윤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예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세계가 총체적으로 복고화, 보수화되면서 시대를 이전으로 다시 되돌리려고 하는 상황인데, 예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시대를 되돌리는 것이에요. 이런 현상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답을 찾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에요. 시라고 하는 것이 총체적으로 침체, 후퇴화되고 있는 사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대응하려 하지만,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 대부분이죠. 때문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져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시인으로서 ‘이런 세상을 어떻게 표현하고 공감할 것인가’가 예나 지금이나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입니다.
 
Q10. 본인의 시를 색깔로 표현한다면요?
 - 이 질문은 예전에도 한번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결국 답을 제대로 못했어요. 근데 정말 잘 모르겠어요. 일단 제 시에는 색이 별로 들어가지 않아요. 색에 대한 감각보다는 명도에 대한 감각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밝거나 어둡다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색을 말하기엔 좀 어려운 것 같아요. 희다 검다 정도?
 
Q11. 자신의 시를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 모든 시인들이 자신의 시를 읽고 어떤 감상을 받을 일은 없다고 봐요. 다만, 옛날에 쓴 시를 보면 내가 이걸 어떻게 썼더라? 이런 생각이 들어요. 시를 쓰는 것이 결국 스스로 방법론을 구체화하는 일이 아니라 방법을 계속 버려가는 일이기 때문에 그 순간에 있던 감정들을 버리고 버리면서 익숙한 말들을 단절시키는 것이에요. 때문에 다시 읽었을 때 내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죠. 내가 이 시를 왜 썼는지는 기억나지만 어떤 정신으로 썼는지에 대해서는 새로워요. 시는 우연히 번뜩번뜩 떠오르는 것을 끌어오는 것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Q12. '시'라는 장르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요즘 SNS에는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주거나, 짧은 문구를 사진과 함께 올려 많은 인기를 얻은 사람들이 있죠. 이들을 작가로 칭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어요.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관심이 많은 분야예요. 실제로 저는 하상욱 씨가 천재라고 생각해요. SNS 시대에 언어를 가장 잘 양식화 했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공감’과 ‘좋아요’의 시대잖아요? 소통의 플랫폼이 SNS로 넘어갔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요구하게 만드는 글은 받아들여지기 힘들죠. 약 10년 전부터 인터넷 게시판 혹은 블로그의 ‘세 줄 요약’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텍스트를 대할 때 긴 글, 사고를 요구하는 글, 또는 비판적인 사고를 요구하고 독자를 껄끄럽게 만드는 글을 완전히 몰아내고 있는 상황이에요. 지금은 ‘좋아요’ 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짧은 것들을 선호하는데, 하상욱의 시가 그렇죠. 이 시가 현재 SNS 시대에 가장 적합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한 SNS에서 나타나고 있는 물리적 환경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컴퓨터나 태블릿, 스마트폰까지 모두 스크린에 텍스트가 투영되는 형태는 전혀 달라요(화면의 크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하지만 하상욱씨는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유통을 시켰어요. 하상욱 씨의 시는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예요. 화면을 고정을 시킴으로써 시가 훼손이 되지 않도록 한 것이 SNS에 최적화된 것이죠. 이점을 굉장히 흥미롭게 생각해요. 하상욱 씨를 비판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사람들이 지금 원하는 것을 토대로 새로운 양식을 착안하여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감각이 정말 빼어나다고 생각해요. 조금만 더 성실했으면 이 주제로 대학원 소논문을 썼을 텐데… 너무 수고가 많이 들것 같아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네요.
 
Q13. 하상욱 시인과 친분이 있으신가요?
 - 친분은 전혀 없어요. 하필이면 책을 내는 시기가 겹쳤어요. 각자 책을 두 권을 내는 동안의 타이밍이 비슷했죠. 잡지사에서 잡지나 인터뷰를 기획할 때 한두 번 정도 같은 기획 안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인터뷰나 촬영을 같이 한 건 아닌데 한 면에 같이 나왔더라고요, 마치 한 곳에서 같이 찍은 것처럼 교묘하게 편집을 해놨어요. 정말 신기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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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세상을 어떻게 표현하고 공감할 것인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싶습니다”
 
PART 3. 학생 황인찬
Q1.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 시인이셨나요?
 - 어릴 때 아마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어요. 그냥 그때는 책 읽는 거 좋아하고 언어를 좋아한 학생이었어요. 또 애니메이션이랑 게임을 좋아해서 일본어 공부를 했었어요. 고등학교 때 일본어 2급 자격증을 땄어요. 그때는 일문과를 가서 번역을 하거나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책을 좋아하니까 책에 관련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고등학교 땐 편집자라는 개념을 모르니 간단히 번역자를 했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한국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게 있구나… 재밌네? 나도 한번 소설을 써볼까’ 생각을 하면서 작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으로 ‘문예창작학과를 가서 소설가가 돼야지’라고 생각했죠.
 
Q2. 대입 때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단 한 곳에만 지원했다고 알고 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제가 들어올 때 중앙대만 실기가 없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시험 망치면 답이 없는데 그땐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네요(웃음).
 
Q3. 학창시절 공부를 성실히 하던 학생은 아니었다고 말해주셨는데,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반항이나 일탈 같은 것이 있을까요?
 - 제가 그랬나요? 학교에선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모범생이었어요. 다만 일본어 학원을 구실로 야간 자율학습을 안 하고 한 시간만 학원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은 놀았어요. 놀아도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찔끔찔끔 그러고 놀면서 반항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4. 대학 시절의 경험을 시로 쓴 적이 있나요?
 - 경험 그 자체가 시가 된 적은 없어요. 다만 이미지가 기억에 남을 때 그걸 가져오는 편이에요. 기억나는 건 계절학기 수업을 듣는데 정말 모든 학생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던 걸 본 경험이 있어요. 물론 저도 같이 졸면서 드문드문 강의 내용이 들려오고..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시를 쓴 적은 있어요.
 
Q5. 인문 학도들이 대부분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어요. 문예창작학과 학생들 또한 같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견뎌내셨는지 궁금합니다.
 - 인문학이든 예술이든 먹고살기가 힘들죠. 애당초 부자가 된다거나 이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한다는 그 자체, 내 한 몸 건사하며 산다 이런 마음으로 살면 좋을 것 같아요. 부자가 되지 못 할 수도 있고 내 명의의 집이 없을 수도 있어요. 막연함은 그런 기준치에 대한 압박을 내려놓으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을 없애면 편한 것 같아요. 저는 시인으로서 살고 시인으로서 인정받는 게 돈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다만 이러다가 시인이나 작가가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더 했던 것 같아요. 사회가 정해놓은 행복의 기준보다 내가 원하는 다른 기준을 스스로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6. 맛집을 찾아다니시는 걸 좋아하고 소문난 미식가라고 하시던데 중앙대 학부시절 학교 근처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식당이 있다면요?
 - 미식가는 아니에요. 가끔 맛있는 거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맛있는 식당은.. 이미 답을 알고 물어보는 거 아닌가요?(웃음) 학교 근처는 정말 하나도 없어요(단호). 문창과가 있었던 안성캠퍼스에도 맛있는 건 없었고 흑석캠퍼스에도 단 하나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냥 먹는 거죠. 안성은 그래도 학교 밖 여기저기에 유명한 집이 있어서 특별한 날은 찾아가서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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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
 
PART 4. 청년 황인찬
Q1. 청년 황인찬을 알아보자면 연애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연애 중이신가요? 혹은 최근 연애담을 듣고 싶어요. 그리고 연애, 사랑하는 감정은 시를 쓰는데 실제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고 싶어요.
 -  연애를 하고 있지는 않아요. 연애의 감정이 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감정 자체를 시로 쓰는 일은 별로 없어요. 그렇지만 연애가 끝나면 시가 한편 생겨요. 특별한 관계였던 만큼 함께한 순간이든 그 사람이 한 말이든 기억에 남는 것 하나씩은 있었고 바로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꺼내서 그 이미지를 가져와서 시에 썼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이미지를 가져왔다고 해서 연애시가 되는 것은 아니고요. 사랑의 기쁨을 시로 적는 경우는 없어요. 그렇게 해서 잘 쓰는 시도 있긴 하지만 기쁨은 단순한 감정이라 시로 쓰기는 어려워요.
 
Q2. 작가라고 하면 왠지 고난과 역경을 겪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돼요. 본인은 어떠신가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해요.
 - 그런 큰 고난과 역경을 우리는 세대적으로 겪을 일이 별로 없었어요. 누구나 겪는 작고 사소한 일들이 있었을 뿐이죠. 과거의 기준에 비춰본다면 그런 큰 고난과 역경이 없다는 게 우리 세대에 고난과 역경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언제나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시 쓰는 게 힘들죠. 원해서 하는 일이지만 시 쓰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은 아니에요. 매우 괴롭고 매번 쓸 때마다 나는 여기까지인가 보다(웃음)라는 생각을 종종 해요. 매일매일 시 쓰는 것 자체가 저에겐 고난이고 역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3. 샤이니, 엑소 등 아이돌의 팬으로 유명한데 좋아하는 연예인이 생길 때 주로 어떤 면을 보고 팬이 되시는지?
 - 전체적인 콘셉트를 보는 것 같아요. 콘셉트가 뚜렷한 팀을 좋아하는 편이죠. 그래서 기획사로 따지면 SM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해요. 엑소는 둘로 나뉜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문화적인 것들이 수출되면 하나가 먼저 생기고 퍼져나가는데, 엑소는 똑같은 곡과 무대를 한국과 외국에서 동시에 수행하는 전략이 재미있었어요. 팀마다 콘셉트가 다른 만큼 재미있는 점들도 다 달라요.
 
 
Q4. 아이돌 이야기하니까 하나 더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혹시 자신의 시적 감각을 살려서 가사를 써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어요. 그렇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왕이면 발라드 말고 재미있는 말들을 많이 만들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의 가사를 써보고 싶어요. 그룹 에프엑스의 가사들을 보면 재미가 있잖아요. 그런 곡의 가사가 흥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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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된다면 아이돌 그룹의 곡을 써보고 싶어요”
 
PART 5. 앞으로의 황인찬
Q1. 젊은 시인으로 주목받고 있으신데, 세월이 흐른 후 자신은 어떤 시인이 되어있을 것 같은지 혹은 시인이 아닌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가실 생각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 계속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느 순간이 되면 자기 반복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오거든요. 계속 갱신이 되는 그런 시인이 되는 게 꿈이고 목표예요. 해봐야 아는 것이지만.. 그런데 또 그게 어느 순간 안 된다 싶으면 얼른 접을 생각이에요.
 
 
Q2. 20대는 바쁩니다. 사실 20대의 대부분은 시 한 편은커녕 길거리의 간판 읽을 시간도 없이 지내는 사람이 많아요. 같은 청년세대를 보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우리 절망하지 말자.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절망하지 말고 씩씩하게 살다 보면 바뀔 때까지, 바꿀 수 있을 때까지 버티자고 전하고 싶어요. 모두 파이팅!
 
Q3. 학교에 후배들이 있습니다. 시인을 꿈꾸는 후배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인생 선배로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시인이 되고 싶다고 오로지 시만 생각하지 말고 먹고 살 길을 생각해야 합니다(웃음). 어쨌든 시라고 하는 게 외로운 일이고 소수의 사람들이 알아주는 일이에요. 시라서 얻을 수 있는 인식, 지평 같은 게 있어 그 즐거움을 믿고 버텨 나갈 수밖에 없어요. 살기는 빡빡하겠지만.. 그래도 다른 거 한다고 안 빡빡한 거 아니니까(웃음).
 
Q4. 마지막으로, 황인찬 시인에게 ‘시’란?
- 계속 싸워나가야 할 존재, 새로운 시를 쓸 수 있도록 죽을 때까지 싸우고 싶은 것. 이렇게 정리하고 싶네요.
 

2시간이 넘는 긴 시간이었지만 황인찬 시인과의 인터뷰는 시간 가는 줄 모른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의 솔직하고 담담하지만 의미가 실려 있는 말들은 중앙사랑에게 한 편의 ‘시’로 느껴졌다. 조만간 작품 계획은 없지만 꾸준히 치열하게 시를 쓰고 있다는 황인찬 시인. 그의 시가 한국을 넘어 세계의 ‘중앙’에 자리잡기를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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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절망하지 맙시다,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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