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는 2014년 12월 중앙대학교 홍보대사 중앙사랑 인터뷰 '파워중앙인'에서 전재하였습니다.]

 

함박눈이 쏟아지던 12월 첫 날, 학교 앞 카페에서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대한민국에 멋진 금메달을 걸어준 핸드볼 국가대표 류은희 선수를 만났다. 부상으로 팔에 깁스를 했음에도 걱정하지 말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영락 없는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국가대표이면서도 평범한 대학생인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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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인터뷰에 앞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축하 드립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때 안타깝게 획득하지 못한 금메달이기도 했으며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대회였던 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 드려요.

시원섭섭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컨디션이었기에 더 많은 경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도 사실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우선 좋은 결과를 이뤄냈기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당연히 기쁩니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 때의 아쉬움도 있었고 그로 인해 힘든 시기도 겪었기에, 이번에는 단단히 벼르고 준비한 대회였고 운동과 연습도 유달리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보일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기분 좋은 성취감이 듭니다.

 

2.2008 베이징 올림픽대표팀에서 최종 탈락하는 아픔도 있었기에,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서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습니다. 흔히 말하는 슬럼프를 겪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거의 최종명단 확정 직전에 떨어져서 많이 속상하기도 했었는데, 주위 어른 분들께서 ‘어린 나이기 때문에 앞으로 기회가 많을 것이다’라며,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물론, 빨리 털어버리진 못하고 1년 정도 슬럼프도 겪었는데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조언들을 바탕으로 지금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된 것 같아요.

 

3.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되었을 때가 고등학생 때였는데, 어린 나이에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처음 국가대표를 시작하다 보니, 저보다 다 언니들이시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처음엔 걱정도 됐어요. 하지만 언니들께서 잘 대해주시고 실수해도 유하게 넘어가 주시고 했던 것 같아요.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엄마처럼 격려해 주셨어요. 비록 실력 차이가 워낙 컸기에 함께 경기에 나서기는 힘들었지만, 언니들을 보며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4.   처음 핸드볼이라는 스포츠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때, 학교 내에 핸드볼 부와 태권도 부가 있었어요. 태권도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구기종목을 좋아했던 탓에 핸드볼을 선택하게 되었죠. 그 때 태권도 부로 가서 운동했으면, 지금 태권도 국가대표가 됐을라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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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핸드볼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핸드볼 하면, 바로 ‘속공’이 매력입니다! 정신 없이 빠르게 공이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물론 선수들은 힘들지만, 관중들 입장에서는 보는 재미가 큰 경기입니다. 또, 한 두 골 나오는 경기가 아니라 골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큰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 할 수 있겠네요.

 

6.류은희 선수는 핸드볼을 하기에 신체조건이 좋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선천적으로 신체조건이 탁월한 유럽 선수들과 대적하기 위한 대한민국 선수들의 전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예전에는 외국 선수들이 워낙 선천적으로 신체조건이 타고나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후천적인 노력을 많이 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대신 우리선수들이 스피드 측면 등에서 우세했었는데, 사실 요즘은 그런 점에선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아쉽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선수 층이 얇기 때문에, 선수들이 풀타임 경기를 할 때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외국 선수들은 교체를 자주 하면서 경기를 진행하다 보니 체력적인 점에서 힘이 들죠. 그래서 경기를 진행할 수록 체력적으로 선수들이 특히 힘들어요. 그래도 이런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조직적인 구성력에 집중하고 수비력 또한 더 단단하게 하려는 노력들을 항상 하고 있어요.

 

7.선수활동을 하면서나 대회에서 많은 재미있는 사건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카자흐스탄으로 경기를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제가 부상으로 경기에는 참석을 아예 못했어요. 가서 경기를 관전만 했죠. 근데 그 때 북한 선수들을 만난 거에요. 그 선수들이 알아보고 저에게 “어디 상했냐”고 묻는 거에요. 그 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데 무척 오래 걸렸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어디 다쳤냐는 의미였죠. 표현이 다르기에 재미있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인 것 같아요. 

 

8.윤경신 감독을 존경한다고 들었습니다. 현역 시절 윤 감독은 핸드볼의 출발지인 유럽에서 오랫동안 스타로서 활약한 바 있는데 향후 유럽리그 진출 계획은 있으신가요?

네. 저도 유럽에서 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선수로서 누구나 꿈꾸는 일이니까요. 시기는 정확히 정해두지 않았지만,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 올림픽 대회 전후에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9.세대교체가 지지부진 하던 여자 핸드볼 계에서 김온아 선수와 더불어 젊은 피로 떠오르고 있으신데요. 앞으로 커리어를 어떻게 쌓아나가고 싶으신가요? 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네. 일단 주목을 많이 받는만큼 국민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죠. 우선, 큰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잘 이어나가고 싶고, 유럽리그에 진출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선수들도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겠죠! 지금은 또 대학을 다니고 있으니까, 졸업을 한 이후에 대학원 진학도 생각하고 있고, 나중에 좋은 기회가 된다면 후배 양성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10.중앙대 체육교육과를 늦게나마 입학하게 된 계기는? 학교생활은 어떠신가요?

원래는 체대 진학을 생각했었는데, 바로 인천광역시 팀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입단 직후 1~2년 차에는 배울 것도 많은 시기이기에, 바로 학교 수업을 병행하기엔 너무 무리라 판단해, 대학으로 바로 진학하지 못했죠. 지금은 조금 입단 연차도 쌓이고 여유도 생기다 보니, 이렇게 좋은 학교를 들어오게 되었네요. 사실 인천에서 통학하는 데 불편함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팀 훈련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나오기가 어려워, 학점관리가 여러모로 힘들어요. 특히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이 있을 때는, 국가대표 훈련, 소속팀 훈련과 학업까지 3개의 일을 동시에 병행해야 하니까 많이 바쁘죠. 더군다나 책임감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졌어요. 요즘은 전국체육대회 마치고 나서 부상을 당해 학교는 매일같이 오고 있어요. 하하

 

부상은 많이 심각하신 건가요?

좋진 않아요. 어깨가 탈골 되었는데, 뼈가 약간 튀어나와 있다고 하더라고요. 뒤에 있는 연골 쪽이 찢어져서 경과를 보고 수술이나 재활치료를 해야 되요. 아무래도 어깨는 습관성 탈골로 이어질 수가 있어서 더 조심해야 되겠죠. 핸드볼이 격한 운동이다 보니까 부상이 잦아서 더욱 신경 쓰고 관리가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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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1.운동선수이기 때문에 하고 싶지만 못했던 대학생활이 많을 것 같은데 대학 생활 동안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사실 대학가면 친구들과 스키장이나 여행도 같이 가고 함께 놀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아쉬워요. 대학은 다니지만 대학생활을 하기 전에 꿈꾸던,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일은 할 수 가 없네요. 학기 중에는 학업 때문에 바쁘고 방학 때는 운동에만 집중하기에, 그런 꿈꾸던 생활은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12. 마지막으로, 슬럼프를 이겨낼 때나 자신을 다독일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자신의 좌우명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운동을 하다가 보면, 그만두고 싶고 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저를 다독이는 제 좌우명은 ‘후회하고 싶지 않다’에요.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기에 미련이 되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죠. 제가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아버지께는 1년 정도 그 사실을 숨겼었어요. 나중에 이야기를 하고 아버지가 저에게 해준 말씀이 “네가 하고 싶다고 한 일이니까 너 스스로 먼저 그만둔다고는 하지 마라”는 얘기였어요. 그 말을 항상 생각하고 있기에, 저는 그만둔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대신 힘이 들 때는 그냥 자기최면을 걸면서 혼자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자면서 쉬는 편이에요. 그리고 제가 시합을 할 때 항상 생각하는 것은 사실 ‘다치지 않고 최선을 다하자!’, ‘이기는 경기를 하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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