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이 결과와는 상관이 없고 과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무려 600:1의 경쟁률을 뚫고 2009 문학동네 신인 문학상 시 부문 최종 당선자로 확정된 문예 창작학과 02학번 이승욱(필명 이선욱) 동문의 이야기이다.
26살의 젊은 나이에 등단한 이 영예에 대해 그는 '행운'이라 말한다...  

『목동의 손만 홀로 남아
벌판 한가운데 놓인 탁자에서 타자를 쳤다
타자를 쳤다.
캄캄한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솔가지 타는 소리가 허공에 퍼졌고
타자기에선 부서진 사막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
.
궁극의 어떤 형상 같았으나
궁극에는 자라지 못할 운명이었다    

-당선작 ‘탁탁탁’중에서 』

오늘의 주인공 이승욱씨는 유년시절 자신에 대해 대구에서 태어나 인천 부평서초, 산곡남중, 학익고를 졸업하고 2002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입학한 지극히 평범한 학생으로 떠올렸다.
자신의 문학적 소질이나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도 중앙대학교를 입학한 후 라는 것. 입학 전부터 전국대회를 휩쓸며 능력을 발휘하던 동기들에 비해 처음에는 글 쓰는데 고뇌가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대학 1년, 겨울 방학 한달 동안 집에 쌀 한 포대만 쟁여둔 채 집 밖을 나가지도 않고 책만 읽었던 경험을 회고했다. 그런데도 10권을 채 못 읽었다고... 하지만 이 경험이 있은 뒤, 책을 읽는 방법과 생각을 터득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글 쓰는 능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던 시점은 군대 복학 후,
"갓 복학한 당시에는 의욕이 넘쳤어요. 그래서 공부도, 사랑도, 글쓰기도 그 무엇도 열심히 했었죠." 이 시점인 2007년, 그는 연세대 윤동주 시문학상 가작을 받게 된다. 그 한 학기가 끝나고 한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노라며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면서 부드러움 속의 강인한 성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어디선가는 혜성이 날아오고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화려한 세계는 없었다
당신의 갈망은 고독할수록 견고해지는 손길 같고
그것은 분명 스스로에게 있어 혼신의 동작이나 다름없는 것
또는 온도를 알 수 없는 불꽃 같은 것                
                                              -당선작 ‘질서’중에서』

  그는 시를 사랑한다. 수 많은 글 중에서도 그가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 시의 성향자체가 그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란다. 즉, 시의 매력이 자유로움이라는 것.
"시를 쓰기 위해서는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촉을 세우고 있어야 해요. "라며 매 순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뭔가 생각하고 시를 쓰기 보다 쓰면서 그 의미를 해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작들도 마찬가지. 심사위원이었던 시인 남진우, 이문재, 신형철은 그의 작품에 대해 "스케일이 크다"고 평했다 한다. 사물에 대한 시선과 관점이 남과 달리 깊이와 넓이를 지녔다는 의미이다.

『한 박자 통증 같은
그런 타이밍과는 무관하게
소리가 뒤늦게 손을 찾아오거나
반으로 갈라진 외계를 발견할 때
바람은 죽고
바람에 굳은 굴곡만 남는다          
                                           -당선작 ‘박수’중에서』  

지난 6월부터 인천문화재단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다 최근 정식 신입사원이 된 그는 자신이 줄곧 살아와 애정을 지닌 그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현재에 만족을 비췄다. 이 또한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 하라는 그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리라. 그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꾸준히 오래도록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유일한 소망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가 시인이라고 생각 될 때는 '시를 쓰는 그 순간'일 뿐이라고 말한다. 꼭 특별한 자격이 있어야만 시인이라 불리는 게 아니므로 그 어느 누구든 시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그에게 시를 쓰는 행위는 각자의 살아가는 생활 양식 중 한가지라며, 분명 모든 사람이 시를 좋아하고 같은 생각을 지닐 순 없을 거라며 차이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대학시절 교수님의 말씀을 회고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지구인 60억중, 무당에겐 무당의 세계가 존재하듯 60억의 세계가 존재한다. 또한 과거까지 되돌아가면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살아왔다.
그런데 이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 모두가 자신의 세계와 생각이 있는 것이다. 이들 모두의 삶의 방식에 옳고 그름을 어찌 따질 수 있겠는가?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런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무엇에 비유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모든 사물이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도 하나의 의미를 지닌 존재인데 굳이 비유할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라고 우문현답을 했던 그와의 인터뷰 내내 내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을 되었다.
후배들에게 한마디를 해달라는 부탁에 “요즘 학생들이 취업에 목 매는 것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인지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합니다.” 라며 분명 쉽게 답을 구하지는 못할 것이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삶이 공허한 게 아니라 결과가 공허할 뿐입니다."결과는 운에 따라 어찌될지 모르지만 과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
사람은 죽을 걸 알면서도 살지 않느냐는 이야기에 알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참으로 자상하고 포근했던 그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져 보았다.
시를 쓸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  가끔은 이런 철학적 질문을 던져 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여유를 지녀보는 게 어떨까?
바쁜 와중에 흔쾌히 시간을 내주신 선배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취재: 홍보대사 류미정(문헌정보학과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