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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 사막 도보 종단 성공

관리자 | 조회 수 2401 | 2010.01.05. 15:03

남영호(사진 56)

혜초의 여정 따라
세계 최초 타클라마칸 사막 도보 종단 성공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 ‘죽음의 바다’로 알려진 타클라마칸 사막. 그 사막을 오로지 걸어서 세계 최초로 종단에 성공한 남영호(사진 56) 동문. 그는 서기 800년 경 신라의 승려이자 탐험가였던 혜초의 여정을 따라 걸으며 혜초의 탐험을 재조명하고자 했다.

메시지를 전하는 ‘탐험’
타클라마칸 사막은 사하라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사막이다. 중국 서부의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있으며 예로부터 동서양 교류의 현장이었던 실크로드의 중심에 위치해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남영호 동문은 왜 하필 ‘죽음의 바다’라는 타클라마칸 사막 종단을 선택했을까.
“제가 2006년 5월부터 12월까지 유라시아대륙 1만8000km를 자전거로 횡단하는 길에 타클라마칸을 처음 만났어요. 끝없이 이어진 사구를 보면서 다음엔 이곳을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돌아와서 타클라마칸을 공부하면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무슨 메시지를 전해줄 것인가 고민했어요. 단순히 미지의 세계를 밟거나 인간한계에 도전한다는 모험은 식상했으니까요. 실크로드와 고대문명 교류에 관한 공부를 하다 보니 다가온 사람이 혜초였습니다. 그가 지은 ‘왕오천축국전’을 읽다보니 혜초가 타클라마칸 사막 북쪽 끝과 남쪽 끝 마을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당시 사막을 어떻게 건너갔는지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는 신라의 승려 혜초가 어떻게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갔는지 그 경로를 연구해 실제로 걸어보기로 했다. 당초 혜초가 걸었던 역사적인 루트를 실제 걸어보며 가능성을 찾아보고, 메시지를 전하며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역사서들을 공부하며 위성사진들을 분석해 혜초가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는 루트를 설정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 결과 8세기 경 혜초가 걸었을지도 모를, 충분히 가능성 있는 경로라는 결론을 얻었다.

GPS 압수당해 위성사진 기억과 나침반에 의존
1년여의 준비 끝에 타클라마칸 사막 종단에 나선 남 동문은 2009년 9월21일 베이징에 도착한 후 29일 타클라마칸 남부도시 호탄에 도착했으나 10월2일까지 중국 공안과 군인들에게 억류돼 길잡이 역할을 해줄 위치확인시스템(GPS)를 압수당했다. 그러나 오해를 풀고 10월3일부터 종주를 시작해 21일 세계 최초로 도보 종단에 성공했다. 총 거리 450km 사막을 25kg의 배낭을 메고 매일 25km 이상 걷는 강행군이었다. 초기 적응기간은 하루 16km 정도 밖에 못 걸었지만 차차 적응되자 하루 25km, 최고로 38km까지 걸었다. 사구(砂丘)여서 실제 거리는 2~3배 된다.
10월의 타클라마칸 사막은 낮에는 25℃ 정도지만 직사광선과 복사열 때문에 체감온도는 35~40℃에 달하고 해만 지면 1~2℃까지 떨어지는 극심한 일교차 때문에 몸이 적응을 못해서 매일 밤 끙끙 앓았다. 그는 며칠마다 지원차량을 찾아 필요한 식량과 물을 공급받았는데, 식사는 물만 부어서 먹을 수 있는 동결건조식품을 활용했고, 무게 때문에 하루 섭취하는 물은 3리터로 제한했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분진에 가까운 가는 모래여서 걷기도 힘들지만 숨 쉬는 것도 고통이었다. 아무리 짐을 줄여도 25kg이 넘는 배낭무게로 어깨 근육이 찢어지는 듯 한 통증도 왔다. 하지만 그 어떤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욱 힘든 것은 공포, 외로움이었다.
“가장 힘든 것은 불확실성에 대해 확신을 갖는 일이었습니다. 이곳은 기차도 뒤엎어버리는 모래돌풍이 수시로 불어 지형이 바뀌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 길이 맞는가? 확신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찾아옵니다. 해가 떨어지고 야영을 할 때면 무서워서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칠흑 같은 밤에 사막 골을 따라 부는 스산한 바람소리는 정말 무섭습니다.”
그래도 남영호 동문은 사막을 종단하면서 호탄강을 따라 다양한 식물과 야생 낙타, 여우, 토끼, 도마뱀 등 야생생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서 죽음의 사막이라기보다는 ‘생명의 사막’, ‘생명력이 충만한 타클라마칸’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한다.



탐험을 하는 사진가
남영호 동문은 영월 출생으로 중앙대 사진학과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사진에 관심을 가졌던 남 동문은 사진을 선택한 이상 중앙대 외에 다른 대학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산악전문지 사진기자를 4년 가까이 하면서 많은 산을 등반했다. 전문 산악인 못지않은 뛰어난 등반실력을 보였던 그는 자신에게 탐험가의 기질이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잡지사를 그만두고 중국 천진에서 포르투갈 로카곶까지 유라시아대륙 1만8000km 자전거 횡단에 나서기도 했다.
“저는 탐험가는 아니고 탐험을 하는 사진가입니다. 제 최고의 관심사는 우리와 다른 문화권의 이야기와 그 속에 공존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찾는 것입니다. 대륙횡단을 하면서 길을 따라 기후와 언어 종교, 문화가 바뀌고 그러면서도 또 공통적인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 오지와 산속을 찾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행복했습니다.”
타클라마칸 종단에 성공한 그는 앞으로 8세기경 혜초가 4년간 걸었던 그 길을 따라 도보와 자전거로만 두 차례 정도 답사하고 사진작업을 해서 파리에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왕오천축국전이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있고 문화재 반환목록에서조차 빠져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가 일본인 마이클 야마시다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여정을 따라 찍은 사진으로 사진전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의 작품은 완전히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데 반해 저는 동양인의 시각으로 왕오천축국전의 여정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사진작가인 만큼 정말 작품성 있는 작품을 내놓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