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농구부 2년간 '무패', 50연승행진

관리자 | 조회 수 1583 | 2008.11.07. 13:19

중앙대, 인정받아야 할 ‘50경기 무패’의 가치

◇ 중앙대의 새로운 신화를 작성 중인 ´괴물센터´ 오세근. ⓒ 연합뉴스

‘청룡군단’ 중앙대가 국내 농구 사상 최초로 50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중앙대는 6일 경기도 용인 명지대체육관서 열린 ‘제45회 전국대학농구 2차 연맹전’에서 고려대를 86-61로 대파, 지난 2006년 11월 이 대회 준결승에서 연세대에 68-70으로 패한 뒤 11월 7일 경희대전을 시작으로 2년간 출전한 국내 아마 대회에서 전승을 달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중앙대의 50연승은 ‘50경기 무패기록’으로 수정될 전망이다.

대학농구연맹은 "모든 대회에 출전해 계속 이긴 것을 연승기록으로 인정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중앙대가 올해 2개 대회(연맹 1차대회, 종별대회)에 불참했기 때문에 50연승을 공인기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중앙대는 이 대회에서 일부 선수들의 부상과 국가대표 차출로 인한 엔트리 부족으로 대회 출전을 포기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바 있지만, 대학농구계에서는 전력누수로 연승 기록이 깨질 것을 우려한 ‘꼼수’라는 논란에 휩싸이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연맹이 제시한 이런 기준으로라면 문제가 되는 것이 기존 최고기록으로 간주하던 고려대 49연승(1977~79년)이나 2위 연세대(1996~97)의 44연승도 정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사실 고려대의 49연승도 연맹의 공식 기록에는 올라있지 않은 비공인 기록이었다. 이충희-임정명 등이 활약하던 당시의 고려대는 1977년 11월12일 벌어진 추계연맹전 단국대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1979년 7월16일 제8회 대통령배대회 해군과의 경기에서 패하기까지 49연승 기록을 달성한 것으로 지금껏 알려져 왔다.

그러나 당시에도 연승 기간 대한농구협회가 주관하는 공식경기가 아닌 친선경기 성적이 상당수 포함, 기록의 순수성에 대한 논란을 야기했다. 공식경기 기록만 놓고 보더라도 최근에 알려진 77년 10월 대통령배에서 당한 한국은행전(83-90) 패배, 1978년 제59회 전국체전 서울시예선대회 명지대전(기권패) 등이 포함, 어쨌든 49연승은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이 기간에는 두 차례의 무승부도 포함돼 있다.

서장훈이 활약하던 90년대 중후반 연세대의 겨우, 비교적 공식경기 출전만을 기준으로 기록이 잘 정리돼 있지만, 역시 1~2개 대회를 결장한 경우가 있어서 연맹의 기준 하에서는 공식기록으로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문제는 이처럼 연맹의 연승기준이나 기록집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고려대의 49연승 과정에서 벌어진 무승부 경기 여부에 관해서도 당사자들의 기억이 제각각이다. 대한농구협회나 대학농구연맹은 물론, 고려대 농구부 측에서도 49연승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구전일 뿐, 이를 입증할 정확한 자료나 기록은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록은 곧 역사를 남기는 작업이다. 한국농구의 역사로 남겨져야할 국내 농구의 기록들이 정작 농구인들의 무관심 속에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어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다.

중앙대는 70년대의 고려대에 비해 50연승기간 경기 일정과 공식 기록이 확실하다. 연맹의 기준대로라면, 기존의 통설로만 전해져오던 대학농구의 역사와 기록을 완전히 바꿔야만 하는데 ‘이제 와서 과연 그런 기준을 운운할 정도로 제대로 된 기록 관리나 했는지 반성하는 것이 순서’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또 연맹의 이의제기를 수용한다 해도 단순히 모든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중앙대의 연승기록을 부정하겠다는 발상부터가 한심하다. 국내 스포츠가 아무리 엘리트 위주의 체육구조로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스포츠인 대학농구에서, 프로처럼 모든 대회 및 경기에 반드시 출전해야하는 강제력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물론 중앙대처럼 연승 기록을 유지하기 위해 고의로 특정 대회출전을 기피했다는 의혹이 있는 경우, 어느 정도 도의적인 비판을 받는다거나 기록 달성의 순수성에 꼬리표가 붙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기록 자체를 부정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며, 지극히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오히려 선수들이 수년간 정당하게 피땀 흘려 만들어낸 기록을 빛내주지는 못할망정 정작 연맹이라는 단체에서는 어떻게든 그 가치를 깎아내리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연승기록을 부정하는 연맹의 방침이야 어찌됐든, 중앙대의 ‘50경기 무패기록’은 그 자체만으로 높이 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중앙대는 2006년 11월7일 경희대 전 승리를 시작으로 2006-07 농구대잔치 2연패(14승)와 2007-08년 MBC배 2연패(12승), 1,2차 대학 연맹전(13승), 전국체전(4승)과 이번 2008 2차 대학연맹전까지지 8개 대회를 석권하며 50연승을 채웠다.

중앙대 김상준 감독은 2006년 9월 청룡군단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그해 11월 연세대 전 패배가 유일한 공식경기 처음이자 마지막 패배일 정도로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조련한 함지훈(모비스), 강병현(전자랜드), 윤호영(동부) 등은 프로농구와 국가대표에서도 중심축으로 활약하며 한국농구의 세대교체를 이끌어갈 ‘황금세대’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허재, 강동희, 김유택, 김주성 등 중앙대의 전성기를 호령했던 역대 슈퍼스타 선배들도 이루지 못했던 대기록을 어린 후배들이 세웠다는 점에서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 역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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