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용산병원 해외봉사단 比서 7년째 ‘의료봉사’ |
의사·학생 30명 수술부터 사물놀이 공연까지 |
엉덩이에 야구공만한 크기의 낭종이 있는 콜린사드(여·40)씨의 수술을 1시간 30여분에 걸쳐 끝마친 노태호(33) 외과전공의는 수술실을 나온 뒤 담배 한대를 피우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필리핀 고산지대의 오지인 가갸얀 마을에 도착해 무료 의료봉사를 펼친 노씨는 이날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10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노씨는 그러나 환자 걱정에 담배에 절로 손이 갔다. 그는 “다른 지역 봉사활동 일정 때문에 오늘 수술한 환자들의 실밥 뽑는 일을 현지 의사에게 맡겼다”면서 “끝까지 책임지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씨 등 중앙대 용산병원 의사들과 학생들로 구성된 해외자원봉사단(단장 이무열 의학부 교수) 30명은 지난달 25일부터 8일까지 약 2주 동안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버키드논 지역과 미사미스 오리엔탈 지역 등 이 지역 오지를 돌아다니며 의료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0년 필리핀 보이스카우트 연맹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봉사활동은 벌써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 봉사활동 시작지인 버키드논 지역 말레이발레이시의 가갸얀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병에 걸려도 돈이 없어 의사에게 찾아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말레이발레이시 보건소 의사 데니스(33)씨는 “가격이 싼 국립병원에서조차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3000~5000페소(6만 ~10만원) 정도 드는데 이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소작농으로 하루에 100페소(2000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며 “이렇게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날 진료소를 찾은 말레이발레이시 플로레스 주니어 시장은 “몇몇 다른 봉사단들도 이 지역을 들렀지만 이렇게 외과 수술까지 해준 봉사단은 처음”이라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한편 의료팀과 함께 이곳을 찾은 중앙대 학생 12명은 오전 중 마을 곳곳을 돌며 방역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마을 강당에서 사물놀이와 태권도 시범, 풍선아트 등을 선보여 주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얻었다.
신아영(여·22·경영학과)씨는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초등학생 노애미(여·10)양이 헤어지기 섭섭하다며 아끼는 반지까지 빼 줘 눈물이 날 뻔 했다”며 “이곳 주민들이 기뻐할 수 있도록 내일은 더 잘해야겠다”고 말했다.
가갸얀(필리핀) =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6070301032827072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