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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이어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등 큰일들이 숨 가쁘게 진행됐다. 그 바람에 좀 뜸해지긴 했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은 정부는 물론 기업과 국민 사이에서도 여전한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은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정의를 빌리자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을 말한다. 

역사를 보면 분명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에 편리함과 물질적 부를 함께 줬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능정보기술이 발달하고 모든 영역에서 지능화가 진전되면 인간의 삶은 행복해지는 것일까. 4차산업혁명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중앙에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그러나 막상 이 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일곱 차례 열린 회의 자료를 보면 사람은 저 모퉁이에 가 있고 과학기술 지상의 의제만 가득하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하긴 위원회 위원들도 대부분 과학기술계 인사와 부처 장관 등으로 구성돼 있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인간을 위한 산업혁명을 추구하는 데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하겠다. 그나마 작년 11월 열린 2차 회의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 계획`을 의제로 다뤄 실낱 같은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이 계획 중 `사람 중심`이라는 구호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이는 `사회문제 해결 기반 삶의 질 제고 및 신성장 촉진`이라는 의제도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스마트 시티, 스마트 교통, 스마트 복지, 스마트 환경, 스마트 안전 그리고 스마트 국방 등 삶의 편리함과 보안 관련 사업으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보건대 4차 산업혁명 대응 계획에서 말하는 사람 중심이라는 의미는 인간의 편리함을 높이는 데 방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편리한 삶은 우리 인간이 오랫동안 바라온 로망이다. 이것을 탓할 이유가 없다. 다만 사람 중심이라는 과제는 이 차원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을 논의할 때 인간의 편리함을 넘어서는 본질적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기계화 시대 인간의 비인간화에 대한 고민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보다 진지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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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은 감이 있지만 2009년 출시돼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 `아바타`가 생각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가상 카메라와 이모션 캡처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활용한 기술 영화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우리나라에서도 관객 1100만명이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 주제야 좀 진부한 감이 있지만 당시 최고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거대한 스케일의 장관을 연출한 우주 전쟁 장면은 압권이었다. 정말 대단한 영화였다. 그러나 영화관을 나서며 나는 뭔가 모골이 송연함을 느꼈다. 영화가 아니라 게임을 보고 온 것 같은 섬뜩함이랄까, 기계 부품들의 마찰 소리를 들은 냉혹함이랄까. 그러면서 컴퓨터그래픽 같은 기술로 만들어진 인조 배우의 연기가 아니라 자연인으로서 사람들의 연기, 곧 사람 냄새가 그리워졌다. 

지능화 시대가 오면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는 유토피아적 삶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른다. 사람이 아닌 기계의 도움을 받고 기계와 소통하는 가운데 간섭받지 않는 개인의 삶을 꾸릴 수 있을지 모른다. 지능정보기술을 탑재한 가상현실 세계에서 제2의 찬란한 인생을 꿈꿀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경제 규모가 커지는데도 행복지수는 떨어지고 우울증과 자살률이 늘어나는 것은 왜일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 말이 아니라도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함께 어울릴 때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을 누리며 사는 존재다. 정부는 물론 국민 개개인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정한 나, 함께 사는 우리,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간직하고 가꾸는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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