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아웃] 경제수준과 문화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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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등수 매기기를 좋아한다.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능시험 성적에 인생을 걸다시피 한다. 태아 때부터 명문대학 가는 것을 염원하며 임전태세를 가다듬는다.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하우머치넷은 작년 말 2016년도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1위라고 발표했다.
 
발표 기관과 산정 기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에서 10위권 상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작고 적은 나라에서 이만한 등수를 기록한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대견한 일이다. 북한이 저렇게 속을 썩이고 남쪽에선 우리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면 나라가 곧 결딴 날 것 같은데 그래도 경제는 달린다. 등수로 보면 대한민국은 경제 선진국이다. 그러나 경제수준이 꼭 문화수준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문화는 워낙 다양하고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서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흔히 한 사회 또는 공동체 구성원의 총체적인 생활양식이라고 정의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과 행태를 말한다. 그래서 문화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등수를 매기는 것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문화의 본질과도 배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문화와 그렇지 못한 문화는 대강 알 수 있다. 경제수준 등수 매기기만큼은 아니어도 문화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화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뜬금없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 현상을 한번 보자. 나는 과학기술자도 경제학자도 아니기에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기술의 총화인지 한낱 투기 또는 도박일 뿐인지 잘 모른다. 과학기술 발전은 권장되어야 하지만 그 이면에 내재된 사행성의 위험에 관해서 우려가 클 따름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왜 우리나라에서 이게 그렇게 극성일까, 우리 인간의 심성, 나아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유익한 것일까. 쉬운 말로 좋은 문화적 현상일까를 생각해 보면 청소년부터 실체 없는 가상화폐 열풍에 휩싸이는 게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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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 아픈 가상화폐 얘기는 접어두고 최근 직접 마주쳤던 몇 가지 일상, 곧 문화의 단면들을 반추해 본다. 앞사람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홱 문을 닫는 바람에 하마터면 문에 부딪힐 뻔한 아찔했던 순간, 뒷사람을 배려해 문을 잡고 기다렸는데 감사 인사도 없이 휑하니 가버린 일, 어깨를 부딪치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지나가 황당했던 일, 보행자 우선인 횡단보도에서 쌩쌩 달리는 차 행렬이 다 지나가기만을 가슴 졸이며 기다려야 했던 일, 갑자기 늦게 온 차들이 앞쪽으로 끼어들고 다른 차들도 함께 끼어드는 바람에 약속 시간 늦을까 봐 발을 동동 굴렀던 일, 특히 버스나 택시는 으레 그러는 것처럼 다반사로 끼어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심지어는 종교 집회를 마치고 나오며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얼굴 붉히며 고성이 오가는 모습 등등. 너무 부정적인 사례들이라 써 놓고도 좀 뭐하다. 물론 나의 부분적인 경험이 우리 문화를 판단하는 전부가 될 수 없음을 안다. 또 아름답고 좋은 사례들도 많이 있음도 안다. 

문화는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공동체 안에서 오랜 기간 교육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진다. 개인을 넘어 공동체가 함께 나누는 특성도 갖는다. 그러기에 문화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자의 의식 있는 행동의 결단, 나아가 사회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일은 때로 막연하고 막막하다.
 그러나 작으나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리일 터다. 사회규범을 지킬 때, 무엇보다 나만이 아니라 이웃을 배려하는 심성들이 모일 때 수준 높은 문화의 열매들이 맺게 될 것이다. 이왕이면 우리도 최소한 경제수준만큼의 문화수준을 가진 나라가 되면 좋겠다. 아니 문화수준이 경제수준을 선도하는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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