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347> 발트삼국과 발틱합창 : 자유의 기운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8.02.08 18:53
중국 삼국시대나 우리 삼국시대 때는 삼국끼리 싸우지만 유럽인들은 삼국끼리 뭉치는 편이다. 1차대전 때 군사적 차원의 삼국동맹과 삼국협상이 있었다. 경제적 목적의 베네룩스 삼국, 지정학적 위치 차원의 코카서스 삼국도 있다.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로 이루어진 발트 삼국은 자위적 목적의 연합이다. 
 
600㎞ 인간띠를 이룬 발트삼국의 발틱합창.

하지만 연합은 허약했다. 1918년 러시아로부터 제각각 독립하며 발트 삼국동맹을 맺었지만 1940년 다시 소련에 합병됐다. 패권적 압제에 투쟁도 못하고 움츠리며 지냈다. 드디어 1989년 8월 23일 저항을 시작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순수한 미학적 저항이었다. 발트삼국 국민들은 손에 손을 잡았다. 에스타니아 탈린―라트비아 리가―리투아니아 빌누스에 이르는 약 600㎞의 인간띠를 이루었다. 가장 긴 인간띠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더 중요한 사실은 띠를 이룬 200여만 명이 거친 구호를 외치기보다 노래를 불렀다는 점이다. 자유와 독립을 열망하는 합창이었다. 음악의 선한 울림은 중보기도(이웃을 위한 기도)처럼 강한 파동이 되었다. 두 달 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마침내 1991년 발트삼국은 소련으로부터 가장 먼저 독립했다. 그 이후 다른 연방국들도 줄줄이 독립하며 소비에트연방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결국 발트삼국의 독립은 강력한 무기도 전쟁도 아닌 온화한 합창 덕분이었다. 지금도 발트삼국에서는 가무축제가 열린다. 노래와 춤을 즐기는 선한 기운으로 발틱 사람들이 어떠한 억압에서도 자유롭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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