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장 권태균 동문 인터뷰

관리자 | 조회 수 2309 | 2009.06.09. 13:45

"조달청 납품=품질보증서… 국민들은 잘 몰라요”

권태균(대학원) 조달청장은 바쁘다. 할 말도 많다. 악수를 하자마자 “조달청이 말입니다~”로 시작한다. “국민이 조달청이 얼마나 깨끗한 줄 몰라요.” 억울한 표정이 드러난다. 조달청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막연하다. ‘대충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물자를 사들이고, 시설공사를 발주하는 곳.’ 당연히 고압적으로 업자를 다루고, 밥먹고, 뒤에서 암암리에 계약이 이뤄지는 곳으로 알고 있는 데에 대한 섭섭함이다. “이런 말을 해서 그렇지만 조달청은 정말 공무원 할 맛이 안 나는 조직입니다. 완벽한 전자 시스템으로 직원들이 민원인 얼굴 볼 기회조차 없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은 조달청 창립 60주년, 취임 100일을 넘긴 권 청장에게 도대체 조달청이 어떻게 품질경영대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들어봤다.

-얼마 전 한국능률협회 선정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대상’에서 조달청이 ‘품질경영대상’을 받았다. 철저한 품질관리로 공공 조달물자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고객만족도를 향상시켰다는데.
▶조달청이 구입한 물품은 최고 품질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조달청이 구입한 물품은 부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문제가 터지면 수세적이고 방어적으로 변명만 해왔다. 그래서 ‘조달청이 구매하는 물품은 믿을 수 있다’ ‘조달청에 납품한 회사 제품이라면 품질은 틀림없다’는 것을 선제적으로 증명해 보이자, 이런 역발상이 제대로 평가받은 것이다.

-경제위기에서 조달청 업무가 더 중요해졌는데.
▶조달청은 경제 정책의 핵심 축인 재정 조기 집행, 중소기업 지원과 직결돼 있다. 올해는 17조원 상당의 물자 구매와 14조원 상당의 공사 계약 등 총 30조원이 넘는 공공기관의 계약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이 중 70%에 해당하는 21조원을 상반기에 집행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판로 확보다. 조달청의 중소기업 판로 지원 정책은.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 우대제도를 적극 활용해 연간 물품구매액의 약 70%(11조2000억원)를 중소기업으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장애인단체, 보훈단체의 제품 및 창업, 벤처기업의 우수 제품이 최우선이다. 또 226개 품목을 중소기업 간 경쟁 품목으로 지정해 중소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더 늘어나 4월 현재, 총 구매액의 74%가 중소기업 제품이다.

-조달청 전자 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가 호평을 받고 있다. 시스템 자체의 수출도 가능한가.
▶나라장터는 지난 2003년 유엔 공공서비스상을 받은 이래, 세계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은 나라장터를 기반으로 한 전자 조달 시스템을 오는 9월 완료할 예정이다. 중남미의 IT를 선도하는 코스타리카 정부 역시 선진국의 전자 조달 시스템을 비교ㆍ분석한 후에 나라장터를 도입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튀니지 등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단순히 나라장터만 수출되는 게 아니다. 나라장터에 포함된 암호화 시스템과 같은 우수한 소프트웨어가 동반 수출된다. 나라장터를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 조달 행정이 전 세계에서 가장 투명하기 때문에 수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달에 열린 우수 조달제품 전시회, ‘나라장터 엑스포’에서 ‘일자리 창출관’이 화제가 됐는데 실제로 채용이 이뤄졌나.
▶매년 ‘우수 조달제품 전시회’를 개최했다. 제품만 단순히 전시했다.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로 시끄러운 조직이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랬더니 불필요한 관행과 형식이 파괴됐다. 올해는 제품 전시에 플러스 알파가 더 알찼다. 채용박람회도 겸하고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외국 바이어도 대거 초청했다. 명칭도 ‘2009 코리아 나라장터 EXPO’로 바꿨다. 전시관도 태양광ㆍLED제품 등 친환경 녹색기술 제품을 한자리에서 보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는 ‘녹색체험관’, 국내 우수 중소 벤처기업들의 수출 지원을 위해 미국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바이어를 초청한 ‘해외진출관’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이번 행사를 통해 268개 기업이 사전에 서류심사를 거친 1000여명의 인재를 그 자리에서 면접, 상당수를 채용했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도 결과는 180도 달라진다.

-조달 행정에 있어 권 청장의 경영철학을 말씀해 달라.
▶정도(正道)경영, 열정, 고객 중심 마케팅과 서비스다. 평범한 게 진리다. 조달청 청훈도 ‘바른 조달’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전념하고 그 해결 과정, 즉 프로세스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지나치게 좌고우면하면 정부 정책의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할 수가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민간기업을 직접 상대하는 조달청은 특히나 생각이 반듯해야 한다. 다음은 열정(passion)이다. 열정만큼 문제 해결에 중요한 수단은 없다. 뛰어난 사람보다는 성실한 사람이 더 많은 업적을 이룬다. CEO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직원들이 열정을 잃지 않도록 계속 자극하고 노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조달청은 남(수요기관)을 위해 봉사하고, 중소기업(납품업체)의 판로와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기관이다. 고객 중심의 마케팅과 서비스는 생명이다.
대담=정덕상 온라인뉴스부장
정리=이권형 기자/kwonhl@heraldm.com
사진 = 박해묵 기자 mook@heraldm.com

<세력바둑보다는 실리바둑을 두는 편입니다>= 권태균 조달청장 업무스타일

권태균 조달청장은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바둑에 비유해 세력바둑보다는 ‘실리바둑’이라고 했다. 실용정부와 맥이 닿는다. 외청에 부임한 정권 실세들이 청와대만 바라보고, 중앙으로 불려갈 날만 기다리며 보여주는 행정을 펼치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취임 후 권 청장이 자락을 깔아준 일들은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실리적이고 또 미래 지향적이다.

조달청의 핵심 이슈가 된 두 가지 일이 그렇다. 조달청은 우수 조달업체를 육성?발굴, 해외 정부 조달시장에 진출하도록 하기 위해 코트라(KOTRA)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권 청장은 “KOTRA의 효과적인 수출 지원 프로그램과 조달청의 해외 조달시장에 대한 오랜 경험을 합치면 국내 조달기업들이 해외 조달시장 진출에 큰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회성 정책 지원이 아니다. ▷무역실무 및 정부 조달 스쿨 운영 ▷주요국 정부 조달제도와 현지 대형 공급업체 조사 ▷기업(제품) 홍보 영문 홈페이지 구축 지원 ▷수출상담회 개최, 무역사절단 파견, 전시회 참가 ▷지사화 사업 이용 ▷정부 조달 종합 컨설팅센터 구축 등 실질적인 지원책들이 논의됐다.

“국가별 정부 조달시장은 국내총생산(GDP)의 10~25%로 추정되고 있으며, 미국 조달시장만 해도 우리보다 10배 이상 큰 1조2000억달러 규모다. 가능성과 잠재력이 막대한 블루오션 시장이다. 진출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한 번 거래가 성사되면 다년간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다. 수출 부진 타개를 위해서도 정부와 기업의 협력으로 더 많은 중소기업 진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권 청장은 KOTRA와 협력으로 연간 우수 조달업체 10~20개를 해외 조달시장에 진출시킬 계획이다.

또 하나는 ‘원자재 비축물량 확대’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원자재 값이 떨어져 있을 때가 비축의 최대 호기라는 것이다. 권 청장은 14종의 필수 비축물자 확보에 비상을 걸었다. 특히나 알루미늄 구리 납 아연 주석 등 비철금속을 제외한 니켈 실리콘 크롬 등 희소 금속 9종 확보를 독려하고 있다. 수입물자를 얼마나 싼값에 비축할 수 있느냐는 바로 국내 기업들의 생존권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앞을 내다보는 눈은 권 청장이 재경부 시절 국제금융국, 경제협력국, IMF 협상 참여,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터득한 노하우다.

권 청장은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 등에 이어 세계 4~5위권의 비철금속 소비국임에도, 이 중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물가 안정 및 원자재 파동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국가 경쟁력 확보”라고 진단했다. 권 청장은 30~35일분의 비축물자를 오는 2012년까지 이웃나라 일본 수준의 60일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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