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고 강산이 수없이 바뀌어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진흙속의 진주처럼 가치가 더욱 빛나는 화가가 있다. 예술가는 타고난 끼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노력이 더해졌을 때 그 진가가 제대로 나온다고 한다. 한국화단의 새로운 획을 그은 석당 우희춘 화백의 그림은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극사실적인 화법이 독특하다. 평소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우희춘 화백의 개인 초대전에 직접 참석해 축하할 정도로 그의 작품에 대한 애착이 굉장했다. 서울 가회동에 위치한 석당 우희춘 화백의 작업실을 찾아 최근 근황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중진화가로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석당 우희춘 화백의 작업실은 2층 한옥구조로 소박한 정감이 묻어났다. 구석구석 그의 손때 묻은 오래된 화구들과 작품들로 빽빽하게 쌓여있어 하루종일 구경해도 시간 가는줄 모를것만 같았다. 화실로 들어가자 눈에 확 들어오는 작품이 있었다. 그의 작품이라는걸 단번에 알수있는 한국적인 미의 원형을 강조한 토기와 도자기를 그린 작품이었다. 색감이나 표현방식이 거의 실물과 가까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오랜 역사의 혼이 깃들어져 있는 전통적인 토기 소재로 그린 작품을 처음 보는 순간 마음이 숙연해졌다. 우희춘 화백은 천부적인 화가임에 틀림없었다. 그 어느 누가 흉내낼수도, 모방할수도 없는 그만의 예술세계가 있는것이다. 문인화로 시작해 산수, 인물, 화조, 절지, 영모, 조수, 초화, 어해, 괴석에 두루 능하며 채색화는 물론 추상까지 화려한 화풍을 구사해 신의 경지에 오른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있다.
수묵담채에서 채색으로 재료를 바꾸면서 조형적인 변신을 거듭한 우희춘 화백은 폭넓은 소재와 장르를 아우르며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과 세밀한 조형어법을 구사하고 있어 그의 작품세계는 세련미로 귀일한다.


개인전에 이명박 대통령 참석하기도

맥脈 138x68.5cm

평소 그림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온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우희춘 화백의 개인 초대전에 직접 참석해 축하하기도 했다. 국내 화단에서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인정받아 화단의 거목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화가라해도 우 화백만의 예술세계를 쉽게 모방하거나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수묵담채에서 채색으로 재료를 바꾸면서 조형적인 변신을 거듭해 왔다.
최근 토기나 청자, 백자, 분청 등의 도자기류가 중심적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소재들은 한국적인 미의 원형인 동시에 전통적인 생활기물속에 내포된 한국인의 정서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신항섭 미술 평론가는 석당 우희춘 화백을 두고 “어쩌면 화가다운 화가로서 거명될 수 있는 그 마지막 시대의 작가 중의 한명이 아닐까 싶다. 그가 섭렵해온 수많은 소재 및 화목, 그리고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주저 없이 발을 들여놓는 현대미학 개념은 그 자신으로 하여금 진정한 의미에서의 화가다운 화가로 남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었다”고 말했다. 일단 손에 붓이 쥐어지면 어떤 소재나 장르를 막론하고 거침없이 그려나가는

석당(石堂) 우희춘

우 화백은 그림을 그려내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이는 기술적인 숙련도와 완성도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인데 그에게 있어 그림은 하루세끼 밥을 먹는 것과 같이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그의 그림을 보면 어디하나 애매하게 처리한 곳 없이 매끄럽고 원숙한 형태묘사력을 보여준다. 필선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그림의 분위기가 단정하면서도 화려하다.
대표적으로 그의 문인화를 보면 느낄 수 있는데 필선의 모양이 붓으로 그렸다기 보다는 칼로 도려낸 것처럼 예리하면서 간결하다. 아무리 봐도 붓의 떨림이 감지되지 않는데 평론가들은 숙달된 손의 기능이 지어낸 표정이라고 말을 한다. 또 이런 예리한 붓의 흔적은 속도가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정한 속도를 넘어서야만 신체적인 호흡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손의 떨림을 장악하면서 칼처럼 매끄럽게 물상을 형용할 수 있는 것이며 매끄러우면서도 예리한 예술적 극치는 다름 아닌 속도의 결과라고 한다.

미술은 선의 예술이다

상사화 31.8x40.9cm.2005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선과 공간의 만남이라고 말하는 우희춘 화백은 미술의 정의에 대해 “구상이든 추상이든 미술은 선의 예술이다. 선이 구도를 잡고 작가의 언어와 혼을 온갖 의상의 기교로 표현해 내는 것이다. 작가는 그 선을 활용해 고도의 디테일을 더해서 예술의 조형을 완성할 뿐이다. 창세기 시절에 맨 처음 빛이 있었고 그 빛과 더불어 그 하모니를 이룬 것도 선의 예술이다. 그래서 선은 빛의 대행자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보이는 길 또는 보이지 않는 길 역시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다”고 말하며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사물에 대한 분석력과 관찰력이 뛰어나 수많은 작업을 통해 소재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기술을 연마했다. 소재가 눈앞에 존재하지 않아도 그 형태를 낱낱이 재현하는 것을 뛰어넘어 심상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의 문인화에서는 맑고 선명하며 담백한 수묵의 이미지가 매끄러운 필선을 통해 명쾌하게 표현된다. 문인화는 단조로우면서도 어느 면에서는 화려하며 세련미 넘치는 깊이를 실현하고 있다.

이러하듯 문인화에서 보여주는 기교적인 화려함과 세련미가 채색화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채색화의 소재는 일반적인 화조를 포함해 인물, 풍경, 산수까지 아우르며 소재나 대상이 무엇이든 막힘이 없고 색채의 조화가 빚어내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쉰다. 이렇게 채색화를 통해 색채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던 우 화백은 어느 순간부터 현실을 떠나 과거로 시간을 역류하게 된다. 수백년에서 수천년에 이르는 토기 및 도자기를 배치함으로서 과거세계로 점점 빨려드는 듯 한 기분이 드는데 여기서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은 역사이고 윤곽선을 타고 흐르는 실루엣의 이미지는 우리의 감춰진 역사를 상징하고 있다.
그의 작품 중 토기나 도자기 그림을 보면 수평선과 수직선을 교차시켜 바둑판 모양의 기하학적인 이미지가 표현되어 있는데 비정형의 곡선과 곡면으로 되어 있는 토기나 도자기에 대비되는 직선에 의한 기하학적인 이미지는 상충한다. 실제의 그림에서는 시각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토기나 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비정형의 곡선의 아름다움을 증폭시킨다.
정신적 내면세계에서 재창조 되는 회화예술을 추구하는 우 화백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아직 도전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그는 젊은이들 못지않은 뜨거운 열정이 넘쳤다. 또 그는 한때 영화에 손을 대었으나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몇 차례의 경험을 살려 언젠가는 꼭 자신의 혼을 담은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석당 우희춘 화백. 한국 화단의 거목으로 남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아름기자allang20@mjknews.com


석당(石堂) 우 희 춘 프로필
한국 미술 협회전 특별상 수상(국립 현대 미술관)
아세아 미술상 수상
무궁화 미술대상 수상
한국 문학 예술상 수상
한국의 자연전 초대출품 (국립 현대 미술관)
한국 미술 1981 초대작가전 출품 (국립 현대 미술관)
KBS기획 TV미술관 방영 및 출품
MANIF 서울 아트 페어 초대전 출품 (예술의 전당)
한국 빛깔의 신비 유네스코 미로 미술관 초대전 출품 (프랑스 파리)
원로 중진작가 초대전 출품(국립 현대 미술관)
덕성여대 동덕여대 겸임교수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장 역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민협) 운영위원장 역임
대한민국 미술 전람회(국민협) 심사위원 역임